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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개선사업 헛지원 -감사원 4개도 특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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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난 92년부터 42조원을 투입한 농어촌 구조개선사업이 농어업과 상관없는 사람에게 지원됐는가 하면, 사업비를 지원받고 중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해 막대한 예산이 실효성 없이 집행, 운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농업인 후계자나 전업농으로 선정돼 수천만원씩 지원받은 사람이 그 이후 단란주점.다방 등을 운영하는 등 목적 외로 사업비가 쓰였는데도 감독관청이 손을 놓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감사원은 농업인.생산자단체 등에 직접 지원한 22개 사업 10조5천억원에 대해 지난해 8월부터 석달간 경기.충북.경남.전남 등 4개 도를 표본으로 특별감사를 실시, 사업비 부당사용 등 1백62건을 적발하고 관련 지방공무원 49명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고 5일 밝혔다.

표본조사 결과가 이 정도이므로 전체를 조사할 경우 관련 비리는 훨씬 더 커질 것임은 두말할 나위 없는 실정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2조9천억원을 들인 농업인 후계자와 전업농 지원사업의 경우 감사대상인 5만4천4백14명 (또는 가구) 중 15%인 7천7백77명 (또는 가구) 이 선정 후 단란주점.주유소.카페 등 다른 사업장을 경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지원금을 받은 농업인 후계자 5백62명과 전업농 44가구는 영농을 완전히 포기, 다른 지역으로 이탈했는 데도 자금 회수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97년 10월 전통식품 개발사업 대상자로 선정돼 4억9천만원을 지원받은 경기도 평택시 진위면에 소재한 식품업체는 김치공장 건설공사를 1억4천만원에 계약하고서도 3억7천만원을 지급한 것처럼 허위계산서.입금표를 제출했는데도 감독관청이 이를 그대로 인정해 자금을 집행했다.

또 농림사업자 2백13명에 대해 지원된 사업자금 7백52억원 중 전체의 82%인 6백14억원이 축사 등 지원시설 시공과 관련해 허위영수증을 제출했으며, 농촌특산단지 육성사업비를 지원받은 4백2개 사업장 중 64개소는 장갑.벨트 등 일반 공산품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 92년부터 전국 2백57개소에 8백79억원을 융자형태로 지원한 관광농원 개발사업의 경우 감사대상 관광농원 48개소를 확인한 결과 사업시행지침과 달리 45개소가 식당 또는 숙박시설을 운영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5㏊ 이상 전업농에만 지원되는 쌀 전업농 육성사업비 1조8천8백38억원의 경우 농어촌진흥공사가 토지대장 확인 등을 하지 않는 바람에 감사대상인 충북과 경남에서 선정된 전업농 7천1백67가구 중 1백99가구가 기준면적에 미달했는데도 자금이 지원됐다.

감사원은 "농어촌 구조개선사업의 경우 융자금은 3년거치 7년 분할상환조건으로 연리 5%의 저리로 지원되고 보조금은 상환도 않는 공짜임을 노려 현장에서 이런 행위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며 "관련공무원 징계와 함께 회수조치 등을 통보했다" 고 밝혔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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