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황금찬 '정축년'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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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공원

벤치 위에 누워

그는 내일이 없는

잠을 자고 있다

……

얼음보다

찬 하늘이

눈을 감고 있다

……

낙엽을 덮고

허공새가

눈을 감고

누워 있었다

- 황금찬 (黃錦燦.81) '정축년' 중

황금찬은 박목월과 함께 마주 앉아 있을 때가 아니라도 늘 졸음겨운 웃음이었다.

입술 두껍고 손바닥도 두껍다.

그의 육신은 온통 정 (情) 이다.

그의 넋은 부인적 (婦人的) 이다.

그런 사람이 새해 들어 실업자 풍경을 눈여겨보고 있다.

그전에는 없던 일이다.

허공새라! 그런 새도 의외로 기이하지 않다.

고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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