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닥치자 “기회” 직감 … 공격적 투자로 593억 대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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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리스크(위험)를 감수하지 않으면 수익도 없다.”

지난해 봄 취임한 현대증권 최경수(59·사진) 사장이 강조하는 말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금융위기가 닥치자 사내 최정예 직원들을 투입해 상품운용팀을 만들었다. 회사 돈으로 주식과 채권 등을 운용하는 팀이다. 이 팀은 올 상반기에만 593억원의 수익을 냈다. 이 회사의 전체 세전 영업이익(1056억원)의 절반을 훌쩍 넘었다. 바닥에서 산 주식은 물론 보유한도를 크게 늘린 채권 가격도 오른 덕이다.

“글로벌 위기에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고 정부는 대규모 재정을 투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봤다. 주식시장이 빠른 속도로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가 리스크를 무릅쓰고 상품운용에 적극적이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위탁매매 영업이 사양화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외환위기 이전만 해도 국내 증권사의 수익에서 위탁매매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70~80%. 그러나 온라인 증권 투자가 활성화되는 바람에 수수료 가격 파괴가 일어났다. 증권사의 안정적인 최대 수익원이 뿌리째 위협받게 된 것이다. 현재 현대증권의 수익에서 위탁매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55%다.

“증권사의 장기 수익모델은 투자은행(IB)과 퇴직연금이 될 것이지만 투자은행은 아직 회사를 떠받칠 정도로 이익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 투자은행·퇴직연금으로 건너가는 중간 단계로 자산관리와 상품운용을 강화하고 있다.”

최 사장은 조달청장 출신으로 관가에서 알아주는 마당발이다. 은행·정부·기업 등 다양한 분야의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어 여러 각도에서 시장을 보고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을 자신의 장점으로 꼽는다. 그는 이런 인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직접 영업전선을 누빈다. 현대증권이 따낸 대형 IB 계약 중에는 그가 직접 발로 뛰어 결실을 본 게 많다. 그는 “현대그룹이 해체되기 전만 해도 그룹 차원의 지원을 받아 손쉽게 영업하기도 했지만 이젠 그런 지원을 기대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며 “현대증권이 살 길은 공격적인 영업뿐”이라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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