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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상인' 이 몰려온다] 5. 다이어트옷 판매 티이씨 양원효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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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근무하던 부서가 없어지고 거리로 내몰렸을 때는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정년이 없는 일을 갖게 됐으니 더 큰 희망을 찾은 셈이다"

외환위기 후 쌍용건설이 직원수를 3200명에서 900명으로 줄인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과정에서 2001년 회사를 나와 인터넷 판매 사업으로 재기한 ㈜티이씨의 양원효 대표(52.사진).

쌍용건설 플랜트사업본부 사회간접자본(SOC) 팀장이었던 양씨는 임원이 될 거라는 믿음 탓에 '대책 없이' 회사를 나와 몇달을 흘려 보냈다. 고교.대학교에 다니는 두 자녀를 두고 그냥 놀 수 만은 없어 작은 엔지니어링 회사에 들어 갔지만 사장과 의견이 달라 그만 뒀다. 퇴직금 제도 조차 없는 이 회사를 나온 그에게는 잠못 이루는 밤들이 이어졌다.

고민 끝에 점포가 필요 없는 데다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인터넷 판매를 결정했으나 팔 물건을 사오는 데 큰 돈이 들어가는 게 문제였다. 양씨는 친구의 소개로 화장품 등을 T V 홈쇼핑에 납품하는 유통회사로부터 판매 후 정산 방식으로 제품 지원을 받게 돼 2003년 6월부터 옥션에서 화장품.헬스복.다이어트복 등을 팔기 시작했다.

현재 자신의 아파트를 사무실로 쓰면서 옥션 뿐 아니라 인터파크.G마켓 .온켓에서 각각 30여개의 제품을 파는 그의 월 평균 매출액은 1,500만원 수준. 그는 매일 밤 제품을 인터넷 상에 올리는 웹 작업을 하느라 새벽 3시쯤 취침에 들어 오전 7시에 일어나 오후 3시까지 제품의 배송을 챙긴다. 양씨는 "혼자서 모든 작업을 하기 때문에 항상 시간에 쫓긴다"며 "잠을 느긋하게 자보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손해 볼 각오를 하고 헬스복 등의 경매를 1000원부터 시작하는 '1천원 경매'를 자주 활용했다. 고객 신뢰를 얻기 위해 구입 기한이 한달이 넘었거나 입었던 옷의 경우에도 무조건 반품.환불을 해주고 있다.

양씨는 최근 한 플랜트 건설 회사로부터 월급 600만원 조건의 해외 근무를 제의 받았으나 이를 거절했다고 한다. "정년퇴직까지 해외 현장에서 3~4년 일하고 나면 그 다음에 할 게 없지만, 현재 인터넷 사업은 앞으로 더 키울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올해중 직원 10여명을 채용, 다양한 제품들을 인터넷 상에서 파는 회사를 차릴 계획이다.

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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