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6집앨범 출반앞둔 가수 이승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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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10대 소녀들의 '어린 왕자' 로 군림한지 10년째인 이승환 (32) .다음달 3일로 예정된 6번째 앨범의 발표를 앞두고 초조함과 기대가 엇갈리는 기색이 역력하다.

"요즘 분위기에 30세가 넘어서도 활동하는 가수가 어디 흔한가요. 10대들은 자기 또래 가수의 음악을 좋아하고 우리 나이대 소비자들은 음반 구매에 소극적이거나 트로트로 기우니까요. 그러다보니 과연 대중들이 내 음악을 좋아할지 두려운 거죠. 또 2년2개월만에 내는 음반이다 보니 요즘 취향에 맞는지도 알 수 없고요. "

이번 앨범의 타이틀은 '삶의 고비' 라는 뜻의 '더 워 인 라이프'. 제목이 암시하듯 그의 결연한 의지가 엿보인다. 러닝타임 62분34초에 16곡이 담겨있다는 외형적인 측면 뿐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정성을 들인 티가 난다.

"이번 앨범을 위해 녹음실에서 지낸 시간을 따져보니 대충 1천 시간이 넘더군요. '나의 영웅' 이란 곡에는 합창단을 포함해서 1백20명이 참가했습니다.

" 또 중국의 이호 (二湖) 라는 관악기를 곡에 넣기 위해 대만까지 날아가 녹음하는 성의를 보였다.

무엇보다 눈길이 가는 부분은 '정상' 과 '비정상' 이라는 부제를 붙여 8곡씩 나눈 점. '정상' 에는 그동안 이승환이 추구했던 발라드, 록큰롤 등을 담았다. 반면 '비정상' 에는 아트록.데스메탈.디스코 음악이 실려있다. 너무 과감한 실험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답한다.

" '이승환 = 발라드 가수' 라는 등식을 저는 굉장히 싫어해요. 그런 식으로 굳어지다 보면 가수 생명이 끝날 것 같아서죠. 하지만 상당수 팬들은 저에게서 사랑얘기를 담은 발라드를 기대합니다. 그래서 '정상' 쪽에 있는 8곡은 그런 팬들 몫으로 떼어준 셈이에요. 사랑 얘기와 애절한 창법을 쓴 것은 일종의 타협이죠. "

반면 '비정상' 으로 분류된 곡들은 이승환이 평소 해보고 싶었던 음악이 담겨있다. 클래식 분위기의 아트록 '나의 영웅' 이나 강렬한 메탈 분위기의 '렛 잇 올 아웃' 을 듣고 있노라면 '이거 이승환 맞아?' 하는 의아함마저 든다.

물론 이승환이 고교와 대학 시절에 메탈 밴드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리 신기할 것도 없다. 또 '귀신소동' 은 97년 발표한 '애원' 뮤직비디오에 찍힌 귀신을 둘러싼 해프닝을 그렸다.

당시 가수생활을 중단할 생각마저 했던 그는 "이제는 다 잊었지만 당시에 입었던 상처를 그리고 싶었다" 고 말한다.

이승환은 4월부터 가질 전국 순회공연을 통해 그의 '신도' 들을 만날 예정이다.

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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