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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에 갇힌 '광개토대왕비 복제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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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대륙을 뒤흔든 고구려인의 기상을 상징하는 광개토대왕비 복제비(複製碑)가 우여곡절 끝에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 앞에 완성됐으나 제막식이 석달째 미뤄지고 있다.

이 비석 옆에 세워질 안내문의 내용을 둘러싼 논란 때문이다. 10억원을 들여 비석을 건립한 계룡장학재단(이사장 이인구)은 장학재단이 건립했다는 사실을 안내문에 명기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독립기념관은 이를 반대하고 있다. 독립기념관 관계자는 "비석 기증자의 이름을 밝힐 경우 수많은 다른 기증품에도 기증자들이 모두 이름을 넣어 달라고 할 것이 뻔해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높이 6.4m의 이 복제비는 2002년 역사 왜곡을 일삼는 일본에 경종을 울리고 국민에게 고구려의 웅혼한 기상을 알리기 위해 건립이 추진됐다. 중국 지린(吉林)성 지안(集安)의 실제 비와 똑같은 석질.크기로 만들기 위해 허베이(河北)성에서 37t짜리 응회암 거석(巨石)을 들여와 4개 면에 가로.세로 각 15cm 크기의 글자 1700여자를 예서체로 새겼다.

복제비는 당초 대전 둔산문예공원에 세워질 계획이었으나 "백제를 공략한 내용이 담긴 고구려왕의 공적비를 옛 백제 땅에 세울 수 없다"는 지역 반대 여론에 부딪쳐 독립기념관으로 옮겨 세워졌다. 특히 공사 초기 글자 새기는 방법을 두고 독립기념관과 재단의 의견이 엇갈려 작업이 오랫동안 중단됐다. 논란 끝에 현재의 비석 그대로 마모된 상태의 글자를 새기기로 합의했고, 지난 5월 작업이 마무리됐다. 13일 독립기념관을 찾은 최창호(29.충북 제천시 청전동)씨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이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중충한 천막 속에 갇혀 있는 광개토대왕비를 보니 마음이 착잡하다"고 말했다.

천안=조한필 기자

*** 바로잡습니다

8월 14일자 11면 '천막에 갇힌 광개토대왕비 복제비'기사 중 복제비 제막식이 미뤄지는 이유가 '비석 안내문에 기증자의 이름을 밝힐 수 없다며 독립기념관 측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쓴 부분을 바로잡습니다. 독립기념관 측은 "비석 안내문에 기증자를 밝히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계룡장학재단의 요청대로 기증자가 주도해 안내문을 만들 경우 기증품이 많은 기념관으로선 선례가 될 수 있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알려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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