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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국 외교부 싱크탱크 인민외교학회 양원창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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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중국은 그동안 북미 대화를 적극 지지해왔다. 그러기 때문에 6자 회담을 추동(推動: 어떤 일을 추진하기 위해 고무하고 격려함)하기 위해 이뤄지는 북미 직접대화에 중국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중국 외교부의 싱크탱크인 중국인민외교학회 양원창(楊文昌·65·사진) 회장은 6자 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중국은 고위급 특사를 평양에 파견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양 회장은 최근 중국인민외교학회와 한국의 21세기 한중교류협회(김한규 회장)가 베이징(北京)에서 공동 주최한 ‘한중 지도자 포럼’에 참석해 본지와 단독으로 인터뷰했다. 이날 포럼 행사에는 이상득 의원(전 국회 부의장)도 참석했다.

인민외교학회는 1949년 신중국 건국 직후에 만들어졌으며, 저우언라이(周恩來)총리가 장기간 명예회장을 지냈을 정도로 중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학회다. 산둥(山東)성 출신인 양 회장은 싱가포르 대사와 외교부 부부장(차관)을 지낸 외교관 출신으로 2006년부터 인민외교학회를 이끌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마지막 중국 방문(올해 5월)을 초청했던 그는 “김 전 대통령은 북한을 최초로 방문한 용감한 한국의 지도자였다”고 회고했다.

-북한이 최근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조성됐던 긴장이 완화될 기미가 보이고 있다. 남북이 다시 대화를 통해 핵문제를 해결하는 믿음을 회복하길 바란다. 다만 비핵화라는 목표는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한반도 긴장 상황이 바닥을 쳤다고 보나.

“한반도가 알게 모르게 평화적·안정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데 믿음이 충만하다. 그래도 북한이 (9·19선언으로) 핵 포기를 약속하고도 다시 핵실험(5월25일)을 왜 했는지를 잘 생각해 봐야 한다. 김 위원장 자신의 건강 문제와 후계자 문제 때문이란 분석도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북한이 가장 걱정하는 정권의 안보 문제 때문이었다.”

-북핵 문제 해결의 묘안은 없나.

“핵 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북한의 안보 문제를 확보해주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외부에서 북한 정권의 존망과 안보를 고려해 주고 그런 전제 하에서 핵 포기를 요구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는 북한 경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동북아경제협력기구를 만들어 북한을 끌어들여야 한다.”

-상호 불신이 여전한 듯한데.

“북한에 대한 원조 약속이 잘 지켜지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동북아 평화에 진정으로 관심이 있다는 것을 (김 위원장이) 느끼기 시작한 듯하다. 미국과 한국의 역할이 관건이다. 중국도 6자회담의 경험을 종합해 새로운 상황에서 새로운 사고를 할 것이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6자회담은 영원히 끝났다”고 못박았는데.

“북한 사람들은 평소 말할 때 다소 극단적으로 표현하는 습관이 있다. 내가 지켜본 바에 따르면 북핵 해결의 해법은 대화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엔 (북한이 6자회담으로) 돌아올 것이다.”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고 북·미 대화만 고집할 경우 중국 입장은.

“한반도 정세 긴장의 근원은 북미 간 신뢰 부족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을 잘 대해줘야 한다.한국 친구들은 (통미봉남을) 걱정하지만 북미 관계가 아무리 개선돼도 영원히 한미 관계를 추월할 수 없다. 오바마 대통령이 충분한 준비를 하고 있느냐에 달렸다. 미국이 해야 할 조치를 하지 않으면 큰 진전이 없을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을 어떻게 보나.

“전문가와 학자의 토론회를 통해 우리의 희망사항을 간접적으로 전달할 뿐이다. 중국은 누가 집권하든 양국의 우호협력관계를 적극 발전시킬 것이다.”

-북한이 3대 세습을 강행하면 중국은 묵인할 것인가.

“중국의 일관된 대외정책은 이웃나라가 어떤 길을 가든, 어떤 제도를 선택하든 그 나라 국민이 스스로 선택하도록 할 뿐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공개적으로 예스(yes)나 노(no)를 말할 수 없다.”

-미국과 ‘G2 회담’을 할 정도로 중국의 위상이 높아졌는데.

“G2라는 표현에 동의하지 않는다. 워싱턴에서 열린 경제 및 전략 대화는 대부분 양자 문제였다.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전세계에 이로운 일이라면 미국과 협력할 수는 있다. 미국은 유일 초강대국으로서, 중국은 대국으로서 책임을 다할 것이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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