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 해 1억5300만 개 …‘1000원의 행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박정부 사장이 서울 명동 M플라자에 입점한 다이소 명동점을 찾아 환하게 웃고 있다. 다이소 1000원숍은 1일 대치동점 개점으로 500호 점을 돌파했다. [다이소아성산업 제공]


1일 서울 대치동에 500번째 다이소 1000원숍이 문을 열었다. 이 매장을 운영하는 회사는 다이소아성산업. 비슷한 개념의 일본 100엔숍 시장 70%를 점하고 있는 다이소와 국내 기업 아성산업이 제휴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2300억원. 평균 판매가 1500원(가격대가 다양하지만, 50% 이상이 1000원짜리다)을 기준으로 해 판매 수량으로 환산하면 연간 1억5300만 개에 달한다. 한 달 평균 1277만 개, 하루 평균 약 42만 개에 해당하는 수치다. 국민 한 사람당 다이소 제품을 한 해 평균 3.18개 샀다는 얘기다. 올해는 33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이소 아성산업을 이끄는 사람은 박정부(65) 사장. 무역으로 잔뼈가 굵은 기업인이다. 한양대 공업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1988년 한일맨파워를 설립, 과자에 끼워주는 장난감 수출 같은 바닥부터 시작해 지난해 1억6000만 달러 수출회사로 만들었다. 그가 1000원숍 시장에 뛰어든 것은 일본 다이소가 수입하는 제품의 30%를 납품하는 와중에 다이소의 성공을 봤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출업체로서의 설움도 한 이유가 됐다.

“수출상담을 하러 다이소를 비롯해 여러 일본 회사를 돌아다녔습니다. 그런데 이미 진행 중인 다른 곳과의 상담이 길어진다며 비가 오는 바깥에 나를 세워놓기 일쑤였죠. 갑자기 내린 비에 우산도 없어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며 상담을 해주길 한없이 기다리곤 했습니다.”

그는 모욕도 참아내고 97년 아스코 이븐플라자라는 이름의 33㎡짜리 국내 첫 1000원숍을 열었다. 그리고 불어닥친 외환위기. 그런데 이게 오히려 득이 됐다. 판매가 더 늘기 시작한 것이다.

2001년 다이소가 아성산업에 합작투자를 결정하면서 회사 이름도 다이소아성산업으로 바꾸고 매장 수와 제품군을 키워나갔다.

“싸고 좋은 제품이란 소문은 늦게 돌지만, 싼 게 비지떡이란 소문은 순식간에 퍼집니다. 1000원짜리지만 품질이 좋다는 소리를 들으려고 구매는 물론 직접 디자인도 하고 제품도 개발하는 등 직원들이 엄청난 노력을 들입니다.”

그는 그러면서 “균일가 판매사업은 원가에 이윤을 붙여 가격을 결정하는 일반적인 사업과 기본 구조가 다르다”고 말한다. 그가 전하는 사업 구조는 이렇다. 비용을 빼고 1%대의 수익을 내려면 아무리 박리다매라도 1000원짜리 물품의 구매단가가 500원을 넘어서면 안 된다. 그 때문에 오랜 기간 신뢰를 쌓아온 납품업체들과 서로 조금씩 양보하며 물품을 주문한다. 남들보다 많은 대량의 제품을 주문하고, 특히 100% 현금으로 결제하는 것도 싼 가격에 물건을 납품받을 수 있는 이유다. 환율의 영향을 제일 적게 받는 지역으로 구매처를 끊임없이 뚫고 원래 있던 제품에 군더더기 기능을 빼고 제품을 새로 디자인해 단가를 낮춰 물건을 주문한다.


박 사장은 그 나라의 원자재와 인건비로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들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직접 찾아다닌다. 일 년 중 절반은 해외에서 바이어와 상담하고 새로운 트렌드를 살핀다. 국내에 있을 때는 제품 포장 같은 마무리에 신경 쓰고 신상품을 기획한다. 30여 명의 디자이너도 주방팀·문구팀 등으로 팀을 이뤄 철저한 시장조사와 상품분석을 통해 매달 400~500가지의 신상품을 기획·공급하고 있다.

박 사장은 “올해는 애견 용품과 파티 용품을 전략 상품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의 영업이익은 1%대에 불과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격이 매우 비싼 물건을 늘릴 생각은 없다”며 “우리 숍을 이용하는 것이 생활의 지혜라고 국내 소비자들이 느끼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최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