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영인] 아마존 제프리 베조스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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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나이 35세. 점포 하나 없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서점을 운영하는 '책방 주인' .헤지펀드 매니저의 화려한 변신. 버블 경제의 신세대 총아…. 인터넷 서적판매 선두주자인 아마존의 제프리 베조스 회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가 이 사업에 뛰어든 것은 94년 봄. "인터넷 사용이 지난해에 비해 2천4백%나 급등했다" 는 신문보도를 우연히 접하고서다.

당시 베조스는 월가의 저명한 헤지펀드인 D.E 쇼의 수석 부사장. 프린스턴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하고 뱅커스 트러스트에서 근무했던 베조스는 컴퓨터와 금융지식을 융합한 투자기법에 푹 빠져있었다.

그리고 그는 인터넷 시장 급성장소식에 가장 먼저 인터넷을 통한 '책' 판매를 생각해 냈다. 인터넷과 4백만점에 달하는 서적의 유통만 적절히 융합시킨다면 큰 벌이가 될 것이라는 예감이 스쳤다.

주위에선 번거로움과 낮은 채산성을 이유로 만류했다. 그러나 그는 헤지펀드 회사에 사표를 던졌다. 그리고 렌터카를 몰고 서부 시애틀로 향했다. 허름한 창고에서 직원 7명과 가장 먼저 착수한 것은 눈길을 확 끄는 홈페이지를 작성하는 일.

검색하고자 하는 책의 개요.저자의 인터뷰 기사.독자 독후감까지 소개하고 추천 목록까지 홈페이지에 올려놓았다.

유통시스템의 정비에도 신경을 썼다. 재고관리와 신속한 배달을 위해 자체 창고까지 사들였다. 겉으로는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검색 시스템을 위한 컴퓨터 분야개발, 제대로 책을 배달하는 유통망, 구입한 물건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오락산업의 노하우라는 3가지 조합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이 사업은 끝장이나 다름없었다.

모든 준비는 차질없이 진행됐다. 이같은 베조스의 창의력은 공상서적을 미치도록 좋아했던 소년 시절 때부터 비롯됐다. 실제 그의 손목시계에는 현재 무선 송.수신기가 장착돼 있을 정도다.

화려한 성공을 거둔 그지만 생활은 소박하지 짝이 없다. 시애틀의 임대아파트에서 가족들과 함께 10년이 다 된 구식 승용차를 몰고 다니는가 하면 본사 사무실 책상조차 고장난 문짝을 뜯어 다리를 붙힌 재활용품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지금 큰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이른바 '아마존 포위망' 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CD판매 업계 2.3위인 CD나우와 N2K가 합병을 발표하며 아마존공략에 나서고 있고 서적분야에서도 2위 번즈 앤드 노블이 독일의 베델스만과 손잡고 아마존 타도를 외치고 있는 실정. 최근에는 주식시장에서도 "아마존의 주가는 버블" 이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위기를 이겨 내기 위해 베조스는 CD판매와 더불어 전자우편 주소를 이용한 선물배달사업, 상품검색 데이터베이스를 통한 '인터넷 쇼핑몰' 구축 등의 사업다각화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아마존은]

아마존은 인터넷을 통해 서적을 판매하는 세계최대 '인터넷 책방' .94년 사업을 시작한지 5년만에 시장점유율 85%를 기록하고 있다. 아마존이 취급하는 서적수는 무려 4백40여만 권으로 현재 1백60개국 4백50만명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98년 매출액은 6억1천만달러로 97년에 비해 3백12%나 늘었다. 상장 당시 주당 7달러이던 주가도 현재 3백달러 수준으로 뛰어올라 시가총액은 무려 2백40억달러에 이른다. 이는 소니사와 맞먹는 수준. 지난해 6월부터는 서적과 함께 CD판매도 개시, 순식간에 업계 1위로 뛰어올랐다. 홈페이지 주소는 www.amazon.com.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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