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화제] 조각가 전준씨 8번째 개인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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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소리' 를 양감 (量感) 으로 표현하는 것. 다시 말해 청각적 요소를 시각적 요소로 전환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중견 조각가 전준 (57) 씨는 바로 소리를 표현하려 철과 청동을 다듬고 녹이는 작가다.

하지만 그가 추구하는 '소리' 는 음악적.구체적인 어떤 형태를 띠고 나타난다기보다는 추상적인 형태 안에 묵직하게 자리잡고 있는 영혼의 '울림' 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26일부터 갤러리 인에서 여덟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철 용접과 청동 주물을 이용한 작품과 전시장 공간을 넓게 차지하는 대형 작품을 포함, 총 30점의 근작을 선보인다.

98년작 '소리 - 묵시' 와 95.96년작 '소리 - 기억 속에서' 등은 철 용접을 이용해 잘라낸 큼직한 조각들을 붙여나가는 콜라쥬 기법을 썼다. 조각 하면 흔히 덩어리 자체가 공간을 차지하는 것을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이 작품들은 공간을 배경으로 삼아 회화적 평면성을 느끼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다양한 크기와 형체로 시도된 철골이 만들어내는 빈 자리에서 묘한 울림이 느껴진다. 마찬가지로 불가사리 모양의 불균형한 청동 덩어리들을 군데 군데 불규칙적으로 늘어놓은 대형 작품인 '소리 - 대지 (大地)' 에서도 생명체의 존재감이 묵직한 울림을 던져주고 있다. 3월12일까지. 02 - 732 - 4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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