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유호사건 “한국인 무역상 개입”…3명 신병확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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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한국인 선장.기관장 등 14명의 선원을 태우고 조달청이 주문한 알루미늄을 운반하다 지난해 9월 말라카 해협에서 실종된 파나마 선적 텐유호 (2천6백60t급) 사건에 한국인 무역상이 관련됐다는 단서가 나타나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0일 해양경찰청은 싱가포르 모 무역회사 한국담당 사장 李모 (51.전직 선장.부산거주) 씨와 내연의 처, 운전기사 등 3명이 텐유호에 실렸던 알루미늄괴 3천6백t을 실종 직후인 지난해 10월초 미얀마에서 중국 회사에 처분했다는 제보를 받고 이들의 신병을 확보해 조사 중이다.

해경은 李씨의 은행계좌에 3만여달러가 입금돼 있는 것을 확인, 이 돈이 알루미늄 처분과 관련해 받은 커미션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李씨 등은 소속회사를 통해 중국계 인도네시아인 2명을 만나 텐유호와 알루미늄을 자기 이름으로 구입해 중국회사에 되판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李씨는 텐유호의 판매경위 및 한국인 선원들의 생사여부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며 혐의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해경에 입수된 정보에 따르면 텐유호는 李씨 등을 거치면서 빗토리아 (Vittorie) 호로 바뀌고 선원들도 인도네시아인 16명으로 교체된 후 알루미늄을 싣고 미얀마 양곤에 입항, 알루미늄 (시가 35억원) 을 미화 3백만 달러에 매각했으며 李씨가 이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것. 해경은 이같은 소식을 홍콩.싱가포르 등지의 해상범죄추적 전문 소식통들로부터 입수,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홍콩에서 발행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지는 21일 발간된 신문에 '한국인끼리 해적질했다' 는 제목으로 李씨 관련 사실을 보도했다.

인천 = 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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