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꼼수?…"약물검사 회피 전략" 구설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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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올림픽 개막 직전 그리스의 축제 분위기에 확실히 재를 뿌린 사건이 벌어졌다.

13일 새벽(현지시간)의 느닷없는 교통사고 소식이다. 사고를 당한 사람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남자 육상 200m에서 그리스 육상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안겨준 콘스탄티노스 케데리스(31). 전날 오후 7시로 예정된 약물 검사를 회피하고 잠적했던 선수다. 그리스인이 가장 선호하는 성화 최종 점화자 후보이기도 하다. 더욱이 같은 육상스타이자 그의 여자친구로 알려진 에카테리니 타노(29)도 교통사고를 당한 오토바이에 함께 타고 있었다. 타노는 시드니올림픽 여자 100m 은메달리스트. 역시 케데리스와 같은 시간에 약물검사를 받기로 돼 있었으나 잠적했었다.

당시 두 사람은 검사장에 나타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선수촌에도 없었다. 그러더니 다음날 새벽 "두 선수가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그리스 올림픽 대표팀의 공식 발표가 나온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인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방송과 신문은 "그리스가 벼락에 맞았다"며 긴급뉴스로 사건을 보도했다. 양쪽 다리 길이가 서로 다른 케데리스는 인간승리의 상징이었지만 사고 소식이 전해지면서 "검사를 회피하기 위한 연극 아니냐"는 의문이 돌고 있다. 더구나 병원 측도 사고에 대해 언급을 피하고 있어 의혹은 급속히 번지고 있다.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진상조사를 위한 위원회를 긴급 구성했다. 로게 위원장은 "두 사람이 검사를 받지 않은 적절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 양성 반응이 나온 것으로 간주, 올림픽 출전 자격을 박탈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테네=특별취재팀

***아테네 올림픽 특별취재팀
◆스포츠부=허진석 차장, 성백유.정영재.김종문 기자
◆사진부=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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