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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드라마 '옹정왕조' 12억 중국인 사로잡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베이징 = 유상철 특파원]중국판 '용의 눈물' 격인 TV드라마 '옹정왕조 (雍正王朝)' 가 12억 중국인을 사로잡았다.

청조 (淸朝) 옹정제 (雍正帝) 의 일대기를 그린 사극으로 CCTV (中央電視臺) 채널1을 통해 지난 1월 3일 첫 전파를 탄 '옹정왕조' 는 특히 황허 (黃河) 이북 도시들에서는 80%를 넘는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난 13일 총 44부작이 종영될 때까지 드라마가 방영된 저녁시간에는 베이징 (北京) 거리에 인파가 줄고 모임 약속도 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옹정왕조' 는 대만에서도 폭발적 인기를 누렸으며 홍콩과 일본은 이미 수입계약을 체결했다.

중국내에선 시청자들의 성화에 못이겨 곧 재방될 예정이다.

장쩌민 (江澤民) 주석은 이 드라마의 녹화본을 구해 몇번씩 반복해 보았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옹정왕조' 의 높은 인기는 역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흥미를 더한 요인도 있지만 무엇보다 요즘 중국 정치인들의 면면이 드라마에 고스란히 녹아있기 때문이다.

옹정제는 청나라 강희제 (康熙帝) 의 4남이자 건륭제 (乾隆帝) 의 부친. 중국인들이 '강건성세 (康乾盛世)' 라고 부르는 청조의 최전성기 한가운데에 끼여 있다.

1678년에 출생, 1722년 제위에 올랐다.

그러나 피비린내 나는 골육상쟁을 거쳐 대권을 잡았고 13년의 재위기간중 '냉혈왕' 으로 불릴 정도로 잔혹한 정치를 펴 후대 사가로부터는 나쁜 평가를 받았다.

드라마의 각본을 쓴 류허핑 (劉和平) 은 이 옹정제를 2백여년만에 복권시켰다.

중국인들은 이 옹정제의 모습에서 주룽지 (朱鎔基) 현 총리를 연상한다.

우선 엄한 정치스타일이 닮았다는 것이다.

국가기강을 세우기 위해 사형명령을 연발하는 옹정제의 단호한 모습에서 "밀수선박은 추격할 필요도 없이 바로 포격해 격침시켜라" 며 "사.사.사 (殺.殺.殺)" 를 외치는 朱총리를 떠올린다.

부국 (富國) 을 위해서라면 아무리 인기없는 개혁정책이라도 과감히 밀고나가는 점도 같다.

옹정제는 놀고먹는 만주족 상류층에게 토지를 주어 강제로 농사를 짓게 만든 장본인. 그는 朱총리처럼 부정부패와 치열한 싸움을 벌여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7백만냥의 국고를 6천만냥으로 불려놓았다.

검소한 식단, 하루 8천자씩 결재하는 격무 끝에 58세에 집무실에서 쓰러진 옹정제의 일에 대한 열정도 朱총리와 비슷하다.

드라마에서 옹정제는 "모든 욕은 내가 먹겠다" 는 말을 자주 해 "내 관을 준비하라" 는 朱총리의 비장한 발언을 상기시켰다.

'옹정왕조' 엔 또 덩샤오핑 (鄧小平) 도 나온다.

강희제가 鄧이라는 것이다.

인정 (仁政) 을 펴고 '중국식의 지혜' 를 짜냈다고 묘사되는 드라마속의 강희제는 '중국 특유의 사회주의' 를 제창한 鄧을 연상케 한다.

강희제에 의해 후계자로 정해졌다가 두번이나 좌절을 겪는 태자 (太子) 는 한때 鄧의 후계자로 여겨졌던 후야오방 (胡耀邦) 과 자오쯔양 (趙紫陽) 이라고 중국인들은 풀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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