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안효연-설기현, 올림픽팀 양날개 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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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야생마' 와 '제비'. 올림픽축구대표팀의 양쪽 윙 설기현 (광운대) 과 안효연 (동국대) 의 플레이를 보면 떠오르는 모습이다.

지난달 초 대표팀이 호주로 전지훈련을 떠날 당시만 해도 허정무 감독은 원톱 이동국 (포항)에 비해 미덥지 못한 양쪽 날개가 걱정거리였다.

그러나 호주 전훈과 던힐컵을 거치면서 설기현과 안효연은 올림픽팀의 확실한 양날개로 자리를 굳히며 허감독의 공격축구를 이끌고 있다.

설기현의 플레이는 길들이지 않은 야생마의 질주처럼 힘있고 시원하다. 까무잡잡한 얼굴에 짙은 일자눈썹, 호쾌한 플레이 스타일까지 브라질 국가대표 히바우두를 닮았다는 얘기도 듣는다.

탄력있는 돌파와 좌우로 크게 흔드는 페인팅, 파워넘치는 슈팅 등 공격수로서 갖춰야 할 자질을 고루 갖췄다. 오래달리기에서 1등을 맡아놓을 정도로 지구력이 뛰어나 수비에도 열심히 가담한다.

세기를 다듬는다면 차범근 - 변병주 - 서정원의 계보를 이을 오른쪽 윙 재목감이다.

안효연은 날렵하고 민첩한 모습이 물찬 제비 같다. 양발을 모두 잘 쓰는 그는 왼쪽 오른쪽 번개처럼 위치를 바꾸면서 상대 수비진을 교란한다. 좁은 공간을 쏜살같이 파고들어 동료에게 완벽한 골찬스를 만들어주는 모습은 영락없이 '박씨 떨어뜨려 주는 흥부네 제비' 다. 자신도 "어시스트하는 게 재미있고 스릴있어요" 라고 말한다.

그러나 안이 자꾸 슈팅기회를 양보하기 보다 자신있는 슈팅을 펑펑 때려준다면 올림픽팀의 공격력은 한단계 올라설 것이라는 지적이다.

78년생 동갑내기로 훈련이나 경기 후 서로의 플레이 내용을 세심하게 지적해 줄 정도로 절친한 설기현과 안효연은 허정무호를 시드니항까지 인도할 올림픽팀의 든든한 날개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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