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아 미국입양 대모 홀트여사 한복입고 95회 생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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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지난 6일 (현지시간) 전세계에서 모인 입양아 가족 등 수백명의 '홀트가족' 들이 미국 오리건주의 작은 도시 크레스웰을 찾았다.

이날은 국제 홀트아동복지회 창설자인 버사 홀트 여사의 95회 생일.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홀트 여사는 시종 인자한 할머니의 웃음을 잃지 않았다.

31년전 소아마비로 버려졌다 홀트 여사의 도움으로 새 삶을 찾은 스티브 스털링 (43) 은 "신이 베푼 은혜를 모든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며 이제는 대형 식품회사인 콘 아그라의 부사장으로 성공한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 56년 설립 이후 5만여명의 어린이를 입양시킨 홀트복지회를 세계적인 입양기관으로 성장시킨 홀트 여사는 아직도 기금 모금과 입양 상담을 위해 미 대륙을 누비는 등 정열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홀트 여사의 건강비결은 오전 4시45분이면 기상해 성경을 읽고 조깅을 하는 규칙적인 생활. 지난 96년 인근 유진시 (市)에서 열린 4백40m 달리기에서 같은 연령대에서 세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지난 55년 홀트 여사는 남편 해리 홀트와 함께 한국전쟁 후 버려진 혼혈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입양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당시에 이미 6남매를 둔 홀트 부부는 한달만에 8명의 고아를 입양했고 이듬해에 홀트복지회의 뿌리가 된 입양프로그램을 만들었다.

64년 남편이 심장병으로 사망한 뒤부터는 혼자서 복지회 일을 도맡아 왔다.

현재 한국에서 고아원을 운영하는 딸 몰리 여사 등 자녀들도 대부분 봉사의 길을 걷고 있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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