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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외국인 근로자 입국 줄잇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대우의 경차 마티즈의 부품을 만드는 K정공 (경남김해시) 은 최근 인도네시아 근로자 3명을 채용했다. 설 연휴 직후에는 7명을 더 채용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 공고 실습생들이 수능시험을 본다고 대거 빠져 나가는 바람에 단순조립 작업을 할 일손이 모자라 여기저기 알아봤으나 조건이 맞지 않아 외국인 근로자 쪽으로 돌린 것.

조모 사장은 "일감이 늘어 우리나라 직원을 구하려 했는데 이직이 잦고 잔업.야근을 회피하는데다 보수도 외국인 근로자가 유리해 외국 연수생을 택했다" 고 말했다.

실업자가 1백80만명에 달하는 등 국내 실업문제가 갈수록 심화되는 가운데서도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일을 피하는 '3D 기피현상' 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때문에 경기가 조금씩 나아지는 중소업체들이 다시 동남아 산업기술연수 근로자를 찾고 있으며, 이런 추세를 반영해 지난해 계속 줄던 외국인 근로자 입국자가 12월부터는 다시 출국자를 크게 웃돌고 있다.

또 지난해 4분기 (10~12월) 중소기업의 외국인 근로자 신청규모는 3천5백63명으로 3분기 (1천5백50명) 의 두배를 훨씬 웃돌았고 올들어서도 한주에 평균 3백명꼴로 급증하고 있다.

산업연수생 사후관리업체인 만인 (萬仁) 산업 김종구 (金鍾九) 사장은 "최근 3D업종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을 구해 달라는 중소기업들의 요청이 크게 늘고 있다" 고 말했다.

◇ '막일' 은 싫다 = 양계농가 관리 및 닭 가공을 하는 성화식품 (충남천안시) 은 설 닭 성수기를 맞아 일손이 모자라 10여명을 인근 지역에 수소문했지만 다 구하지 못해 결국 태국인 근로자 8명을 쓰고 있다.

삼성전자에 '핸즈프리' 휴대폰을 납품하는 RF텍 (경기도용인시) 역시 비슷한 사정으로 지난해 말 필리핀 여성근로자 10명을 고용해 기판공정 등 단순조립 부문에 투입했고, 인천 남동공단내 자동차 부품업체 우진기계공업도 동남아 근로자 7명을 받았다.

노동부 산하 중앙고용정보관리소가 지난해 인력은행 등을 통해 접수된 구인.구직 신청현황을 집계한 결과 1천5백3개 직종중 73군데가 사람을 못 구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분무 도장원 ▶가죽.모자.천막 재봉원 ▶금속전단기.금속굴착기.화학물분쇄기 조작원 등은 원하는 사람의 50~70%밖에 못 구해 외국인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 왜 외국인을 선호하나 = K정공 조사장은 "외국인 근로자는 적어도 2~3년 계약이 보장되기 때문에 잦은 이직으로 고생하는 영세업체 입장에선 그쪽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 고 말했다.

자동차부품업체 단순조립 공정의 경우 일이 힘든 탓인지 월수 1백만원 가까이를 제시해도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잔업.야근 등에는 고개를 흔드는 경우가 많다는 것. 반대로 외국인 근로자들은 한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야근을 더 시켜달라" 고 조르기 일쑤라는 것.

K정공의 인도네시아 근로자 3명은 하루 세끼 식대 7천5백원마저 현찰로 받고는 라면.빵으로 끼니를 때우는 모습에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는 직원들의 반응.

◇ 'U턴' 하는 동남아 근로자 = 산업 연수 명목으로 94년5월부터 국내에 유입된 외국인 근로자들은 지난해 대거 빠져 나갔으나 12월부터는 다시 입국자가 출국자를 웃돌고 있다.

지난해 12월의 경우 입국자는 1천3백59명, 출국자는 8백73명에 불과했다.

또 중소기업의 외국인 근로자 신청도 지난해 1분기 2천2백29명 (기협중앙회)에서 3분기에는 1천5백50명으로 뚝 떨어졌으나 4분기에는 다시 3천5백63명으로 급증했다.

올들어서도 한주 평균 3백명선으로 증가일로다. 지난해말 현재 외국 연수근로자의 국내 입국 규모는 모두 14개국 9만6천4백59명. 이중 귀국자를 빼고 공식통계상 3만2백명 가량이 일하는 것으로 돼있지만 사업장 휴.폐업 등으로 무단 이탈해 불법체류중인 외국인 2만여명을 포함하면 모두 5만명 가량이 국내에 머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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