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대한 관심, 이른바 '신체 담론' 이 대두한지도 이젠 오래됐다. '신체 담론' 은 전통적으로 정신에 비해 열등한 것으로 간주됐던 신체를 부각시키고, 현대 사회가 주는 압박감과 몰개성화 등의 틈바구니에서 개인의 정체성 확립을 꾀하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성곡미술관 (02 - 737 - 7650) 이 5일부터 열고 있는 '내일의 작가 - 무성생식' 전의 작가 이상희씨는 몸을 조명함으로써 원본과 복제판의 구별이 점점 희박해져가는 시대에 사라져가는 진정한 '나' 를 탐험하는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무성생식' 이라는 제목에서 암수의 구분없이 개체 안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개체를 증식시켜가는 복제의 무한성이 느껴진다.
주 매체는 사진. 사진이라는 장르는 원 필름만 있으면 무한대로 인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생래적인 복제성을 띤다. 전시의 성격을 가장 훌륭하게 수행하는 매체인 셈. 여기에 3층에는 '나쁜 대학생' '클로닝' 등 비디오를 상영함으로써 사진과 영상이라는 시각이미지를 결합해 확장시킨다. 모두 21개의 액자로 이루어진 '판도라의 상자' 는 앤디 워홀 등의 팝아트적인 경향을 연상케 한다.
1층에는 스텐실 기법의 소형 액자사진이, 2층에는 신체형상을 본따 만든 액자사진이 전시된다. '내일의 작가' 전은 참신한 작가 발굴.육성을 위해 지난해부터 마련된 것으로 이상희씨가 6번째다. 28일까지. 월요일은 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