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 한 달, 하루 7만 명 즐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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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광화문광장을 찾은 시민들이 이순신 장군 동상 주변에 설치된 ‘12·23 분수’를 감상하고 있다. ‘12·23’은 충무공이 단 12척의 배로 23전23승을 이끌어 냈다는 뜻이다. [김형수 기자]


8월 1일 개장한 서울 광화문광장은 하루 평균 7만여 명씩 27일까지 약 206만 명이 찾아 ‘명소’가 됐다. 이순신 장군 동상을 둘러싼 ‘분수 12·23’과 22만여 송이의 꽃으로 꾸며진 ‘플라워 카펫’, 광장 양쪽으로 흐르는 ‘역사 물길’, 서울의 상징인 해치(해태)로 꾸민 ‘해치마당’에는 서울뿐 아니라 지방에서 올라온 시민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27일 광화문광장에서 만난 주부 김춘덕(55·전북 익산시)씨는 “이색적인 꽃밭과 시원한 분수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보니 기분까지 상쾌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광화문광장은 450억원의 예산을 들여 폭 34m, 길이 557m로 조성됐다.

관심만큼 논란도 많았다. 폭 17.5m, 길이 162m의 플라워 카펫은 집회와 시위를 막기 위해 억지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일었다. 박한범(33·음악가)씨는 “광장은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고 소통하는 공간이 돼야 하는데 예쁘게만 꾸며 놓은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플라워 카펫 공간은 유지될 전망이다. 꽃밭 운영이 힘들어지는 겨울에는 양배추·보리를 심거나 스케이트장으로 사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최광빈 서울시 공원조성과장은 “현재의 모습에 머물지 않고 유채꽃이나 허브공원 등 다양한 변화를 연출하겠다”고 말했다.

폭 34m, 길이 557m의 광장이 차도에 둘러싸여 안전 문제도 우려된다. 실제로 개장 이튿날에는 택시가 플라워 카펫 안으로 20여m 돌진한 사고가 발생했다. 개장 당시 광화문광장에는 차도보다 높이만 15㎝ 높게 만들어졌을 뿐 경계 시설이 없었다. 서울시는 뒤늦게 25㎝짜리 경계석 670개와 안전 띠를 설치했다. 초등학교 자녀를 둔 주부 장선미(36)씨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분수 바로 옆에 차들이 달려 불안하다”고 말했다.

도로 재질에 대한 문제도 일부에서 제기된다. 택시를 운전하는 권오영(46)씨는 “서울시가 기존의 아스팔트 도로를 주변과의 조화를 위해 화강암으로 바꿔 운전자가 미끄럽게 느껴진다”며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 분수 물이 튀면 도로는 더 미끄러워진다”고 말했다. 권씨는 “겨울에 눈이 내려 길이 얼면 어떻게 다닐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심리적 요인일 뿐 경찰청의 안전성 검사를 이미 통과했다”는 게 서울시의 입장이다. 이광세 서울시 토목부장은 “단계적으로 60㎝짜리 담쟁이 덩굴을 심은 돌화분을 설치해 차도와 광장을 구분하고 겨울에는 분수를 틀지 않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광화문광장의 변화는 계속된다. 10월 9일 한글날에는 세종대왕 동상과 함께 광장 지하에 ‘세종 이야기’라는 전시공간이 생긴다. 황치영 서울시 도심활성화 담당관은 “광장 내부에서 품격 있는 기획 전시를 마련해 문화 향유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최종적으로는 광장을 확장해 광화문을 지나 경복궁을 걸어서 들어갈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친구들과 광장을 찾은 박예선(23·서울대 4년)씨는 “한번 들렀다 가는 곳이 아니라 늘 새로운 모습으로, 시민들이 보고 또 보고 싶은 광장이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김경진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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