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못밝힌 한보-산업은행 커넥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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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4일의 경제청문회가 정태수 전 한보총회장으로부터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대선자금을 제공했다는 증언을 이끌어내긴 했지만 그 후속타와 마무리 의지는 없어 보인다.

그러다 보니 한보와 산업은행의 비밀 커넥션 확인에도 실패했다.

4일 鄭전총회장의 증언대로라면 그가 YS에게 대선자금을 전달한 것은 92년 12월 12일께. 한보는 대선이 끝난 10여일 뒤인 12월 31일 산은으로부터 외화 1천9백84만달러를 대출받았다.

3~4개월이 소요되는 기술검토.타당성 조사가 생략된 채 鄭 전총회장의 셋째 아들인 정보근 회장의 각서 한장만 받고 대출이 이뤄졌다.

한보는 대출을 받고난 후 93년 1월 6일에야 기술검토를 산은에 의뢰했다.

산은은 이어 93년 2월 2천3백만달러, 6월 4천8백만달러, 9월 4천8백만달러 등 줄줄이 한보에 돈을 쏟아부었다.

국민회의의 "鄭전총회장이 대선자금을 제공한 대가로 산은에서 시설자금을

대출받았다" 는 주장이 그럴듯 해보인다.

그러나 당시 산은 총재였던 이형구 (李炯九) 씨는 일관되게 "대출은 나름대로 절차를 밟아 집행됐다" 고 주장해왔다.

현재로선 특위는 이같은 대가성을 입증할 의사가 별로 없어보인다.

'뇌물공여' 부분이 입증되면 필연적으로 사법처리로 옮아가게 된다는 점을 되레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조차 있다.

따라서 YS - 이형구 - 정태수 3자만이 알고 있을 '모종의 관계' 는 영구 미제사건으로 끝날 듯하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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