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복사가 출판 죽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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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내 5백여 학술.전문도서 출판사들은 5일 "대학가를 중심으로 무차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불법 복사.복제로 인해 연 1천2백억원의 피해를 보고 있다" 며 "정부가 이를 즉각 단속하지 않을 경우 출판을 전면 중단할 수밖에 없다" 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과학기술 출판협회 . 학습자료협회 . 한국학술도서출판협의회의 이름으로 발표한 이날 성명서는 이달초 8개 학술 . 전문도서 출판사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를 근거로 한 것. 성명서에 의하면 지난해 8개사가 출간한 책 1만4천5백80부 중 불과 3천4백50부만 팔려 반품률이 76.3%에 달했다.

실제 국내 대표적 대학교재 출판사인 법문사는 천안외국어대에서 2백명의 학생이 수강하는 '광고론' 교재 1백부를 교내서점 등으로 출고시켰으나 단 1부만 팔렸으며 5백명이 수강하는 중앙대 '국제정치의 이해' 도 3백부를 출고시켰으나 판매는 10부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같은 현상은 전국 대학가에 보편화한 것으로 K대 朴모 (21) 씨는 "학생들 사이에선 교재를 제 돈 주고 사는 걸 바보짓으로 여기고 있다" 고 말했다.

서울대의 경우 일부 과에서는 신학기가 되면 아예 과대표가 복사제본된 책을 구입할 학생수를 파악해 복사점에 주문하는가 하면, 고려대의 교내외 복사점에서는 제본책도 몇부분으로 나눠 복사해 그 학기에 배울 부분만 판매할 정도로 불법 복사가 세분화.고도화하는 추세다.

이번 실태조사에 나선 한 관계자는 "불법복사의 상당수가 교내 복사점에서 이뤄지고 있고, 일부이긴 하지만 담당교수가 학생들을 위해 아예 교재를 복사점에 맡겨주는 사례마저 있다" 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국내 대학생의 92.9%가 일상적으로 교재를 복사하고 있으며 77.5%의 대학생이 불법 복사본을 교재로 사용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고 주장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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