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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내분 계속…씨름판 중흥 가능할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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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4일 오전 서울타워호텔 1층 회의실. 한국씨름연맹 이사회는 개회와 동시에 난상토론장으로 돌변했다. 멱살만 잡지 않았을 뿐이지 동네 싸움판이 따로 없을 정도였다.

오경의 씨름연맹 총재가 의장을 맡은 이날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은 지난해 사업결산 및 감사보고, 올해 사업계획 및 예산안 심의 등이었으나 안건과 상관 없이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설전은 끝날 줄을 몰랐다.

지난해 말부터 일기 시작한 오총재 퇴진 주장이 이사회에서 정면으로 불거져 나온 것이다. 이날 이사회에서 오총재에게 반기를 든 이는 김학용 진로씨름단장과 신도연 상벌위원장. 이들은 "오총재의 독단적인 연맹운영을 더이상 좌시할 수 없다" 며 오총재의 실정을 하나부터 열까지 꼬집어 나갔다.

오는 3월 씨름단 해체를 눈앞에 두고있는 김단장은 "오총재 취임 (97.10) 이후 6개의 씨름단이 해체됐다. 3월까지 두 개의 신생팀을 만들지 못하면 사임하라" 며 압력을 가했다.

이에 대해 오총재는 "소수집단의 중상모략으로 사표를 제출할 수는 없다" 고 맞섰다. 이들간의 공방전은 인격모독적인 발언까지 섞이면서 더이상 화합할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달았다.

하나의 안건도 통과시키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이사회는 1시간50분 만에 10분간 정회가 선포됐고 오총재와 김단장 등이 담판을 짓기 위해 옆방으로 옮겼으나 고성은 끊임없이 새어나왔다.

이들의 입장 차이를 조율하러 들어간 박영의 현대씨름단 부단장은 "씨름단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이날처럼 회의가 든 적이 없다" 며 상기된 채 나오고 말았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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