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 폭탄선언] 정씨 비자금 조성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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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베일속에 가려져 있던 정태수 (鄭泰守) 전 한보총회장의 자금조성 수법이 일부 드러났다.

鄭씨 본인의 입을 통해서다.

4일 청문회에서 정우택 (鄭宇澤.자민련) 의원은 한보철강으로부터 제출받은 당진제철소의 과다투자비 8천6백77억원의 내역을 鄭씨에게 보여준 뒤 4천20억원의 행방이 묘연하다며 비자금 내역을 밝히라고 추궁했다.

그러자 鄭씨는 "한가지만 밝히겠다" 며 운을 뗐다.

그는 "은행에서 1조원을 빌릴 경우 은행에서 돈을 다 안주고, 7천억원 정도의 지급보증을 해준다.

그 돈을 갖고 단자회사로 가서 '자금조성비용' 을 주고 돈을 구한다" 고 했다.

즉 사채시장에서 돈을 구하는 자금조성 전문인에게 1억원당 매월 1백만원씩 연 1천2백만원의 '수수료' 를 준다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은행대출) 1조원을 4~5년씩 쓰면 5천억~6천억원이 펑크가 난다" 면서 "이런 자금조성비는 영수증을 받을 수 없다. 영수증 달라고 하면 다음날부터 안해준다" 고 설명했다.

그는 "조금이라도 거짓말이 있으면 지금 사형해도 된다. 참말 같으면 날 사면해달라" 고 말했다.

鄭씨의 말대로라면 공중으로 증발한 '4천억원' 은 자금조성에 쓰였다는 얘기가 된다.

한편 鄭씨는 이날 여러차례 "내 재산이 있다" 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당진제철소 완공을 위해선 1조8천억원이 더 들어가야 하는데 어떻게 3천억원만 있으면 완공할 수 있다고 하느냐" 는 질문에 "내 재산이 있고, 계열사 재산이 있어 그걸 활용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고 주장했다.

鄭씨의 이 말이 따로 감춰둔 재산이 있음을 의미한다면 검찰이 앞으로 추적할 거리가 된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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