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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허 스님 법맥 이어가는 불교 발전의 견인차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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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호 31면

바람이 서걱거리는 가을이 되면 나는 까닭 없이 황금 소낙비가 내리는 월정사에 가고 싶어진다. 그곳에 가면 해맑은 문수동자(文殊童子)의 미소로 한 잔의 차를 중생에게 내어주는 정념 스님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본 정념 스님

아름다운 전나무 숲길 따라 찾아가는 오대산 월정사는 오만(五萬) 부처님의 진신(眞身)이 살아 있는 곳이다. 내게는 매우 의미가 깊은 곳이다. 우리 전통 차문화와 불교를 사랑했던 내 어머니 명원 김미희는 근·현대 대강백(大講伯)인 탄허(呑虛·1913~83) 스님을 찾아가 기도와 불사를 했다. 철 없던 시절 나 역시 적멸보궁(寂滅寶宮)과 월정사에 다녔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월정사는 산 깊고 물 맑은 이름난 사찰인 데다 한국 불교를 빛나게 하는 탄허 스님이라는 본분종사(本分宗師)가 살아 있었다. 그 인연 덕일까. 나 역시 지금 탄허 스님의 손자상좌(孫子上佐)인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과 대를 이어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나는 어머니의 유지를 받들어 한국 불교 차문화의 복원과 발전을 위해 종가 명원문화재단을 이끌어왔다. 월정사는 불교 차의 성지 중 한 곳이다. 월정사는 국태민안(國泰民安)을 위해 신라 신문왕의 아들인 보천·효명 태자가 오대산의 오만진신(五萬眞身)에게 차를 공양했던 곳이다.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은 우리나라 불교 차문화 복원을 위해 월정사에서 ‘불교차문화축제’를 열자는 나의 뜻에 흔쾌히 동참을 해줬다. 정념 스님은 오대산 불교문화축전, 오대산 전나무 숲길 걷기 등 불교 문화와 포교에 효과적인 운동을 전개해 왔다. 정념 스님의 동참 덕분에 명원문화재단과 월정사는 한국 불교 차문화를 정립할 수 있는 계기가 된 대한불교다도연합회를 창립했다. 모두 다 불교 문화에 대한 뛰어난 안목을 가진 정념 스님의 결단이 이룩한 성과다.

정념 스님은 또한 존경받는 수행승이다. 탄허 대종사의 법맥을 이어온 스님답게 본사 주지를 맡고 있으면서도 동안거(冬安居)·하안거(夏安居)에 들어간다. “수행자는 이사(理事)를 겸비하기 위해 늘 용맹정진을 해야 한다”는 평소의 확고한 수행관을 직접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정념 스님은 또 늘 불교 종단의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중앙승가대학 총동문회장을 맡아 종단의 백년대계인 중앙승가대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스님은 새로운 종무행정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수행과 포교를 위한 다양한 중·장기적인 프로그램을 대중에게 제시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정념 스님은 이사를 겸비한 수행승으로 종단 내외의 많은 존경을 받고 있다. 내가 존경하는 월정사 정념 스님은 자신을 찾는 중생들에게 늘 한 잔의 차를 직접 대접한다.

스님은 지혜보살인 문수보살의 미소를 담은 한 잔의 차를 통해 선다일여(禪茶一如)의 경지를 말없이 보여준다. 차 한 잔을 통해 이심전심의 말 없는 선 법문을 내려주는 정념 스님은 아름다운 가을 전나무 숲길처럼 길 잃은 모든 중생의 사표(師表)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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