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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요리] 코다리 찜·구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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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초등학생 시절 학교에서 돌아와 처마밑에 사이좋게 걸려 있는 생태를 보면 며칠 뒤에 벌어질 코다리 파티 (?) 를 생각하며 입맛을 다시곤 했죠. " 고향이 경남 마산인 주부 우진옥 (45.경기도 안산시 성포주공아파드) 씨는 시장이나 슈퍼에 수북이 쌓여 있는 코다리에서 겨울밤을 추억해 낸다.

"처마에 걸려 있던 생태가 적당히 말라 코다리로 바뀌면 아버지는 그날 밤 2~3마리를 걷어와 우리들을 불러 모았죠. 온 가족이 안방에 둘러 앉아 아버지가 코다리를 삐져 (연필 깎듯이 비스듬히 얇게 베어내는 것) 놓으면 오빠.동생들과 함께 고추장에 찍어 먹어 치우곤 했어요. "

변변한 간식거리가 없던 시절, 게다가 친정어머니가 밀가루음식을 싫어해 겨우내 밥만 먹던 어린 우씨네 형제들에겐 쫀득거리는 코다리는 훌륭한 간식잔치였다.

우씨는 동향인 동갑내기 남편과 결혼 후 친정아버지 손맛이 그리워 코다리를 삐져 보기 시작했다. 시중에서 파는 코다리는 대부분 냉동처리해 맛도 뒤질 뿐더러 육질이 물러 칼에 손을 베이기 일쑤였다.

그러나 세월이 약이라던가. 우씨는 이젠 시장서 파는 코다리로도 날렵하게 삐져 감칠 맛나는 요리를 만들어 낸다.

"코다리를 소금물에 20~30분 정도 담갔다가 물기를 뺀 다음 그늘진 곳에 매달아 알맞게 마르면 신문지에 둘둘 말아 냉장고에 넣어 두고 쓰라" 는 게 우씨의 귀띔. 아이들용으로 뼈를 갈라 내고 살짝 간을 해 오븐이나 가스불에 구워 마요네즈에 찍어 먹는 것도 그가 개발한 방법. 너무 마른 것은 물에 다시 불려 찜을 한단다.

코다리 찜은 담백하고 비린내가 없는데다 냉장고에서 바로 꺼내 먹어도 좋아 훌륭한 밑반찬감. 값 (4~5마리 한 축에 보통 3천원 정도) 도 싸고 쉬 상하지 않아 잔칫상 차림에도 그만이다.

"이번 설날 친정부모께 세배갈 땐 밑반찬으로 드시라고 코다리찜을 만들어 갈 거예요. " 능숙하게 코다리를 다듬는 그의 손놀림은 마치 고향 열차에 몸을 실은 듯 했다.

*** 코다리찜 만드는 법

▶재료 = 코다리 (2마리) , 무 (반개) , 조갯살 (50g) , 통깨 (조금) , 양념장 (진간장.된장.고춧가루.파.마늘.실고추.참기름.설탕.물엿)

▶만드는 법 = ①코다리를 깨끗이 씻어 머리와 뼈는 추려 4~5㎝ 길이로 자르고 무는 둥글게 썬다. ②조갯살을 곱게 다져 양념장에 섞는다. ③냄비에 무를 깔고 그 위에 코다리를 한 켜 놓고 ②를 골고루 끼얹은 후 다시 코다리를 놓고 ②를 끼얹는다. ④물 한 컵으로 양념장 그릇을 씻어 냄비에 함께 붓고 중간 불에 20분 정도 조린 후 그릇에 담아 통 깨를 뿌려 낸다.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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