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군질서 무너졌다'-미 CIA국장 청문회서 발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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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워싱턴 = 김수길 특파원]북한 군대의 질서가 무너지는 여러가지 새로운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으며, 엘리트그룹을 포함한 사회 모든 계층의 인민들도 김정일 (金正日) 을 비판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미국 고위 정보관리들이 밝혔다.

조지 테닛 미 중앙정보국 (CIA) 국장은 2일 (현지시간) 상원 군사위의 안보관련 청문회에 출석, "모든 면에서 북한의 상황은 더욱 불안정해지고 있어 북한에 대한 우려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고 강조했다.

이날 테닛 국장과 함께 출석한 미 국방정보국 (DIA) 패트릭 휴즈 국장은 북한 군대의 무질서와 관련, "군복을 입지 않는 군인 등 전에 볼 수 없었던 흐트러진 행동들이 군인들 사이에 나타나고 있다" 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군부대의 평상시 작전.활동에서도 규율이 무너진 무질서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고, 군대 내의 명령.통제체제에서도 문제가 발견됐다" 고 덧붙였다.

한편 테닛 국장은 "북한은 이런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양의 물자를 주력부대에 돌리고 있는 등 여전히 전면전을 일으킬 능력을 갖고 있다" 고 말했다.

CIA국장 등 미국 고위 정보관리들의 북한관련 의회증언은 대부분 비공개로 진행됐으나 이번엔 공개리에 이뤄졌다.

이는 북한의 상황이 '심각히 우려할 수준' 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려는 의도여서 주목된다.

다음은 이들 국장의 증언내용 요약. ^테닛 CIA국장 = 북한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곤 거의 없다.

북한사회가 무너져내리는 새로운 징후들이 여러 곳에서 포착되기 때문이다.

범죄와 무규율은 일반화됐고, 이같은 현상은 군대나 정보기관에서조차 나타나고 있다.

북한 정권은 여전히 심각한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수확도 최소한 필요분에 1백만t 이상 모자랐다.

돌아가는 공장은 거의 없고 거의 모든 북한인들의 생활조건은 비참하다.

이에 따라 북한은 더욱 '벼랑끝 외교' 에 기대고 있어 여전히 심각한 군사적 위협이 되고 있다.

믿을 수는 없지만 북한에는 이같은 비참한 상황과 활발한 대량살상무기 제조가 공존하고 있다.

또 북한은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수출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북한은 2단계로 된 대포동 2호를 제작중이다.

아직 발사실험을 하지는 않았지만 완성되면 하와이의 섬이나 알래스카 등 미 본토에까지 탄두를 실어나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휴즈 국장 = 북한에서 기존의 질서가 무너지는 징후는 여러 곳에서 보인다. 수시로 열리는 농민시장에선 더 이상 예전같은 정부의 통제를 찾아볼 수 없으며, 정부관리의 지시도 전처럼 먹혀들지 않고 있다.

북한 모든 곳에서 물자배급 체제는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으며, 이 때문에 필요한 물자를 얻을 수 없는 사람들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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