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벤처시대] 7. 단편영화 배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단편영화를 감독지망생의 습작 정도로 아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단편소설이 문학을 반짝이게 하듯 단편영화의 수준이 그 나라의 영화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또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세계의 단편영화 시장도 그리 작은 게 아니다.

"96년부터 단편영화제인 '인디포럼' 를 개최하면서 단편영화의 상업화를 생각했지요" . 곽용수 (31) 씨는 영화전공의 또래들과 의기투합, 지난해말 '인디스토리' 란 문패를 달고 벤처사업을 시작했다.

구정아.손소영씨가 해외배급을 맡고, 김은아.조양일씨는 각각 국내배급과 멀티디렉터 (인터넷사업) 로 역할을 분담했다. 지금 이 인디스토리의 목표는 단 하나. '국내 단편.인디영화를 세계로' 다.

곽씨는 나름대로 인디포럼 등을 통해 엄선한 작품 30편을 현재 인디스토리의 판매대행작으로 계약해 놓고 있다. 이 작품들은 2년간 인디스토리를 통해 해외 단편영화제에 출품, 외화벌이에 나서거나 국내에선 비디오로 만들어 비디오 극영화시장의 틈새를 공략할 계획.

"지난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이창재의 '눈물' , 김윤태의 '다우징' 등은 당장 세계 단편영화 마킷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습니다" . 단편영화에 대한 이같은 애정이 감독지망생 곽씨를 '장사꾼' 으로 옷을 갈아 입혔다.

곽씨는 "2.3년내 연매출 3~4억정도로 몸집을 불릴 자신이 있다" 고 우쭐해 했다. "내년엔 동료 한사람을 세계 최대인 프랑스 클레르몽 페랑 단편영화 마킷에 파견하는 등 해외판로 개척에 온 힘을 쏟을 계획입니다. 지난해 김진한 감독의 '햇빛 자르는 아이' 가 이 영화제에서 최우수창작상을 받은 후 우리의 단편영화에 대한 현지의 평가가 좋아 가능성은 큽니다".

이같은 국내외 마케팅 못지않게 곽씨가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소극장 중심의 단편영화 상영 등 저변확대. 이런 바탕이 없이는 결코 단편영화의 상업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해외 마케팅 현황]

탄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인디스토리와 함께 단편영화 판매대행업 시장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곳은 미로비젼.

지난해 8월부터 이 일을 시작한 미로비젼은 현재 클레르몽 페랑 마킷의 경쟁부분에 임필성 감독의 '소년기' 와 최진호 감독의 '동행기' 두편을 출품해 놓고 있다.

여기서 입상만 한다면 연간 작품당 5~6만달러는 벌어들일 수 있다고 미로비젼측은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최우수창작상을 받은 '햇빛 자르는 아이' 도 해외 판매망을 통해 3만달러정도를 벌어들였다. 미로비젼은 경쟁부분외에 일반 마킷에도 전용부스를 설치, 30여편을 전시중이다.

앞으로 문화부도 단편영화를 영상산업의 핵심업종으로 키울 방침. 창의력만있으면 돈걱정없이 단편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주변의 여건이 점차 좋아지고 있다는 증거다.

단편영화에 대한 젊은이들의 새로운 관심과 애정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이다.

정재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