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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컷] SBS '…당신이 주인공'작품없어 난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6면

인천방송 '당신의 채널' 에 이어 지상파 3사로는 처음으로 시청자가 만든 프로 (퍼블릭 액세스 프로) 를 내보낸다는 SBS '결정! 당신이 주인공' 이 작품 부족으로 출발부터 혼선을 빚고 있다.

2일 저녁 7시15분에 첫 방영된 이 프로에는 당초 약속했던 시청자 제작 프로가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1백m 경주에서 세계신기록에 가까운 기록을 내고 싶다는 은행원 (전직 육상선수) 의 소망, 아내의 운전연습을 도와주는 남편들의 흥미로운 풍경, 입대하는 남자친구를 위해 깜짝 이벤트를 열어주는 젊은 여성이 소개됐다.

시청자가 주인공임이 분명하지만 시청자가 만든 프로는 결코 아니었다. 제작진은 고충을 토로했다. 시청자가 주도하는 프로로 확실한 자리를 잡으려고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방송에 부적절한 내용이 많았다고 해명했다.

예컨대 청소년 작품은 흡연.본드 등을 금하자는 캠페인 성격이 짙었고, 성인 작품은 습작 수준의 사회풍자가 대다수였다는 것. 방영시간도 모든 가족이 둘러앉는 저녁7시 무렵이라 프로성격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쉬움이 남는다. 정말 내보낼 작품이 적었다면 방영을 연기했으면 어땠을까. 충분한 작품이 쌓일 때까지 말이다. 또한 내용상 저녁이 부담스러웠다면 편성시간을 심야로 옮기는 것도 고려해봄직 했다.

제작진은 고교.대학 등의 영상동아리를 1개월여 접촉했다고 말했지만 결국 역부족으로 판명된 셈이다. 의욕적으로 시작한 프로인 만큼 준비가 더 철저했어야 했다. 지상파 공영방송의 퍼블릭 액세스 프로 도입을 의무화한 방송개혁위원회의 방침에도 시청자 제작능력과 프로의 질을 고려해 실시시기와 방법은 아직 미뤄놓고 있다.

임립PD는 "처음의 의도는 아직도 유효하다" 며 "좋은 작품이 들어오면 방송못할 이유가 없다" 고 말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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