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내 생각은…

한국형 글로벌 강소기업 키우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3면

요즘 대학사회의 최대 관심사는 취업이다.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대학은 교육과정도 혁신하고, 교육방법도 바꾸는 등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주변의 ‘백수’는 직장이 없어서가 아니라 마음에 드는 좋은 직장을 구하지 못해 생긴 경우가 많다. 대학을 마친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은 외면하고 그저 공무원·공기업·대기업·은행 등을 바라보면서 이력서만 쓰고 있다. 심한 인력수급의 미스매치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해결책의 하나는 우량 중견기업, 특히 글로벌 강소기업을 육성해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중견기업과 글로벌 강소기업을 많이 육성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먼저 중견기업 육성책이 제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우리나라 ‘중소기업’ 지원정책은 비교적 잘돼 있는 편이다. 어떤 면에서는 중소기업을 과보호하고 있다는 인상마저 준다. 그에 비해 중견기업은 특별한 기준과 지원책이 없을 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같은 부담과 규제만 지고 있다. 기업경영을 잘해 중소기업 수준을 벗어나면 각종 지원과 보호가 끊어지고, 오히려 부담만 늘어난다면 누가 중소기업을 졸업하고 싶겠는가.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중견기업 이상으로 성장하는 비율이 0.13%에 불과한 까닭이다. 모든 중소기업이 중견기업, 더 나아가 글로벌 강소기업, 대기업으로 도약하고 싶도록 유도하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또 하나는 중견기업을 강력히 이끌어 줄 수 있는 글로벌 대기업을 많이 육성하는 것이다. 지난해 말 현재 미국 포천지 세계 500대 기업리스트에 들어간 한국 기업 수는 15개 정도다. 미국이 153개, 일본 64개, 프랑스가 39개이고 10년 전까지만 해도 거의 전무했던 중국이 29개나 등재시키고 있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수년간 11개에서 15개 사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글로벌 플레이어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국가 경쟁력이 높다는 증거이고, 또 현실적으로 글로벌 대기업이 많아야 글로벌 강소기업이 동반 출현할 수 있다는 면에서 그 수는 많을수록 좋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동안 경제력 집중 완화정책이니 하여 대기업을 더 큰 대기업으로 성장하도록 하는 데는 소홀히 한 점이 많았다. 그런 측면에서 앞으로 경쟁정책을 수립할 때는 보다 글로벌한 관점에서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우량 중견기업, 특히 글로벌 강소기업이 많이 생기는 분야가 부품소재산업인데, 이 분야는 고도의 연구개발 능력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에 산·학·연 협동이 잘돼야 한다. 그런 면에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고급 기술과 인력이 원활히 공급될 수 있도록 공학교육에 일대 혁신이 필요하다.

표정호 순천향대 교수·국제통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