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여성 정보화교육 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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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미국 모건스탠리투자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올 한해 인터넷 사용인구는 1억명으로 추산된다.

2005년에는 10억명 이상이 인터넷에 접속하고 인터넷을 통해 교환된 데이터의 양은 1백일마다 두배로 증가한다고 한다.

인터넷이 만들어낸 사이버스페이스라는 새로운 영토에서 두뇌의 한판 승부, 이것이 앞으로 우리 젊은이들이 살아나가야 할 세상의 모습이다.

앞으로 국제경쟁력은 지식의 땅인 사이버스페이스를 누가 더 먼저, 더 많이 개척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해 국가는 전 국민에게 사이버스페이스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줘야 한다.

이는 정보고속도로를 제공하는 일뿐 아니라 사이버스페이스를 마음껏 누비고 다닐 수 있는 자신감과 능력을 키워주는 일을 의미한다.

그런데 우리 주변엔 새로운 지식과 정보의 땅인 사이버스페이스에 무지한 사람이 많다.

97년 PC통신 사용비율을 보면 남성이 86%인데 반해 여성은 14%에 불과하다.

98년 여성의 사용비율이 31%로 증가했지만 주부들의 경우 4%에 지나지 않았다.

컴퓨터 활용도 남학생보다 여학생이 훨씬 떨어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지식사회의 낙오자가 될지도 모른다.

지식의 발전속도가 엄청나게 빠르기 때문에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지식을 검색.창출.활용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과의 괴리는 산업사회에서의

빈부격차보다도 훨씬 엄청날 것이다.

정부는 2002년까지 모든 학교에 인터넷을 연결시키고 가정에서도 쌍방향 초고속정보망을 월 4만~5만원에 쓸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문제는 이들 정보인프라를 얼마나 친숙하게 대하고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느냐 하는 것이다.

이미 많은 여성단체.민간기구 등에서 여성정보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프로그램들은 전문강사 부족, 정보화 교육 목표 미비, 시설부족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같은 산발적인 노력들이 실질적인 효과를 얻으려면 좀 더 구체적이고 통합적으로 운영돼야 할 필요가 있다.

여성지도자들이 제대로 정보화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그들부터 체계적인 정보화능력을 갖추고 스스로 정보최고담당자 (CIO)가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지역마다 여성CIO를 육성해야 한다.

또한 여성 CIO육성프로그램 개발,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사이버여성대학 등과 같은 시범 CIO교육프로그램의 운영.보급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더 나아가 기존 정보화교육 기관들과 연계해 전문인력.시설, 관련 정보통신업체에 관한 정보, 소프트웨어.콘텐츠 등의 풀 (POOL) 을 만들고 정보와 자원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는 중복투자를 막고 전국적으로 전문가.시설.소프트웨어 등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저비용 고효율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인터넷과의 만남은 또 다른 가능성을 여성에게 제공한다.

인터넷을 통한 SOHO (Small Office Home Office) 형태로 가정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98 OECD 교육보고서에 따르면 대졸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우리나라의 경우 56%로 29개 OECD 회원국 중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SOHO 관련 교육프로그램 개발은 사장된 고급 여성인력들을 다시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이를 통해 여성개인의 성취감을 높일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지식경영을 제대로 해 지식의 효율성을 높이게 될 것이다.

허운나 한양대 교육공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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