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나약한 경찰로는 공권력 못 지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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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경찰이 강력범죄에 대처하기 위해 공권력 확립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얼마 전 현장에 출동했던 강력계 형사 두명이 살해당한 사건이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범죄 양상이 흉악해지는 데 반해 경찰이 얼마나 무기력한지를 똑똑하게 목격했다. 범죄로부터 사회를 지키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역시 경찰의 공권력 권위를 세우는 것이다.

공권력 확립 대책 가운데 범죄 용의자에게 총기를 사용할 수 있는 규정을 포괄적으로 확대키로 한 것은 날로 흉포화하는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경찰관의 총기 사용은 3년 이상 징역금고형에 해당하는 죄를 지었다고 의심될 때, 3회 이상 투항 명령에 불응할 때 등 다섯가지로 한정돼 있다. 이외에 경찰서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총기를 휴대할 수 있는 실제 절차는 번거롭기 짝이 없다. 또 총기 사용 후에는 총알 발사의 정당성 여부에 대한 강도 높은 감찰조사를 받기 일쑤여서 경찰관들은 총기 휴대를 꺼린다. 따라서 무기를 사용하지 아니하고는 다른 수단이 없을 경우를 신설해 총기 사용 규정을 완화함으로써 경찰관들은 강력범죄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무분별한 총기 사용으로 인한 무고한 시민의 피해를 막기 위해 총기 사용 경우와 방식을 보다 구체화해야 한다. 또 총기 사용 훈련을 강화하고, 사용 후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서는 책임 소재를 철저하게 따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공권력을 강화한다고 월권을 해서는 안 된다. 불심검문시 스스로 신원을 밝히지 못하는 사람에 대해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한 대책이다. 불심검문은 법원이 인권침해라는 이유로 이미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사안이다. 전체 국민의 치안 강화를 명목으로 한 신체의 자유 제한은 있을 수 없다. 공권력을 강력하게 행사해 범죄를 예방하고 사회질서를 바로잡는 것은 경찰의 임무다. 그렇다고 국민의 일상생활에 불편을 주거나 국민 위에 군림하는 권한 행사는 옳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