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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납북 이재환씨 부모 수용소 수감설에 통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차라리 죽느니만 못하다는 정치범 수용소라니요…."

지난 87년 납북된 유학생 이재환 (李宰煥.37) 씨의 아버지 이영욱 (李永旭.68. 전 민정당 국회의원) 변호사와 어머니 변양자 (卞良子.63) 씨는 31일 李씨가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돼 있다는 소식에 가슴을 쥐어뜯었다.

어머니 卞씨는 "12년 세월을 기다려 왔는데…" 라고 울먹이며 "정치를 전혀 모르는 아이가 정치범 수용소에서 고생하고 있다니 믿을 수 없다" 고 말했다.

李씨가 납북된 것은 87년 7월 20일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서. 당시 미국 MIT에서 경영학 박사과정을 공부하던 중 여름방학을 이용해 유럽여행을 떠났다가 북한 공작원에 의해 납치당했다.

"자진 월북했다는 북한측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이에요. 그럴 이유도 없고 그럴 성품도 아니에요."

卞씨는 "그동안 방북하는 정부 관계자를 통해 소식을 부탁했고 점도 숱하게 쳐봤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어 최근들어 차라리 잊자고 마음먹었다" 며 "국제사회가 도와 제3국에라도 보내줬으면 더 이상 소원이 없겠다" 고 말했다.

한편 李씨와 함께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된 것으로 알려진 동진호 선원 최종석 (崔宗錫.53) 씨의 부인 김태주 (金太姝.51. 부산시 사하구 당리동) 씨는 "아이의 아빠가 살아 있다니 꿈만 같다. 그동안 식구들의 안부를 전하는 편지를 매달 써왔다" 며 북받치는 울음을 참지 못했다.

崔씨는 87년 1월 동진27호를 타고 백령도 서북방 공해상에서 조업중 다른 어부 12명과 함께 납북됐다.

金씨는 "장성한 아들이 결혼할 때는 남편도 함께 자리할 수 있도록 정부와 북한 당국이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도와줬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이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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