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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구미집회]이총재 '여당 성의보여야 대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지난주 경남 마산에 이은 한나라당 장외투쟁이 31일 경북 구미에서 개최됐다.

이회창 (李會昌) 총재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대거 동원된 행사에서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정부의 부당빅딜.정치사찰 문제 등에 대해 뜨거운 비판을 쏟아냈고 청중들은 차가운 날씨 속에서 이를 경청하며 호응했다.

○…오후 2시 구미공단 운동장에서 열린 '김대중 정권 국정파탄 및 부당빅딜 규탄대회' 에는 1만8천여명의 청중이 몰렸다.

경찰추산 1만명. 李총재를 비롯한 당직자와 한나라당 당원들은 '유일야당 수호, 부당빅딜 저지' 라는 어깨띠를 두르고, 대회 직전에는 소형 태극기를 배포해 대회장 전체에 태극기 물결을 이루게 하는 등 분위기를 돋웠다.

대회에는 구미공단내 대기업 빅딜로 어려운 처지에 놓인 대우전자.LG반도체 노조원들이 상당수 참석. 이들은 정치적 주장을 유보한다는 지도부의 결정에 따라 개인적으로 대회에 참여해 '구미시민에게 드리는 글' 이라는 호소문을 배포.

○…마산대회 이후 관심을 끌었던 '지역감정 자극발언' 은 당 지도부의 거듭된 당부에도 불구하고 연설에 나선 의원들에 의해 계속 터져나왔다.

정창화 (鄭昌和.경북 의성) 의원은 "김대중 정권 밑에서 더러 섭섭한 것도 많았지만 경상도민들은 참고 있다" 며 "그러나 참다 못하면 우리는 욕 (실제는 ×××) 을 내뱉으며 일어날 것" 이라고 외쳤다.

鄭의원은 이어 "경상도민들이 일어나기 전에 이 정권은 각성해야 할 것" 이라고 경고했다.

서훈 (徐勳.대구 동을) 의원은 "광주의 OB공장은 돌아가고 구미의 OB공장은 문을 닫았다" 며 "광주 아시아자동차는 돌아가지만 부산의 삼성자동차는 문을 닫게 됐다" 고 주장. 그는 이어 "지역 등권론으로 집권한 사람이 누구인데 우리더러 지역감정 조장이라고 하느냐" 고 쏘아붙였다.

○ …이어 등단한 李총재는 여당의 야당 파괴시도를 줄곧 강한 어조로 비판. 李총재는 "현 정부는 여야 총재회담 하자면서 우리당 의원들을 빼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며 "먼저 성실한 뜻이 있다는 것을 내보여야 우리는 회담에 응할 것" 이라고 역설했다.

李총재는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제2건국운동으로 새 정치세력을 모으는 것은 자신이 임기를 마치고 돌아간 뒤에도 DJ정신이 향후 수십년간 한국을 지배토록 하려는 의도" 라며 "불순한 정계개편 의도는 철폐돼야 한다" 고 강조.

○…31일 오전 구미에 도착한 李총재 일행은 구미 시내를 순방한 데 이어 금오산 기슭에 있는 박정희 (朴正熙)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 朴전대통령의 딸 박근혜 (朴槿惠) 부총재는 조금 일찍 도착해 정문에서 李총재 일행을 맞았다.

구미대회에 앞서 지난달 30일 신경식 (辛卿植) 사무총장과 이부영 (李富榮) 원내총무 등 주요 당직자를 이끌고 대구에 내려 온 李총재는 대구 시내 서문시장과 팔공산 동화사 (桐華寺) 를 방문하면서 이곳의 열기를 북돋우기 위해 열심이었다.

李총재는 대구 도착 뒤 바로 들른 동화사에서 이 절의 조실 (祖室) 스님과 주지스님 등을 만나 "우리 당을 도와달라" 며 정치적 지원을 부탁. 동화사 주지 성덕스님이 "요즘 정치인들이 우리 절을 많이 찾고 있는데 보기에 안 좋더라" 고 말하자 李총재는 "우리도 이렇게 나다니고 싶지는 않지만 상황이 너무 답답해 그렇다" 고 응답.

이어 대구 서문시장에 들른 李총재 일행은 자신들을 둘러싼 시민들이 "왜 이제 왔는교" "힘내라 이회창" 등의 구호를 외치자 손을 흔들어 화답.

구미 = 유광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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