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륜 파동] 검찰 '전면물갈이론' 대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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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요즘 여권 인사들의 화두 (話頭) 는 '검찰 물갈이론' .심재륜 (沈在淪) 대구고검장 항명파동의 여파다.

사태가 돌출한 직후에는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입조심을 하던 의원들도 "검찰을 이대로 놔둬선 안된다" 고 입을 모은다.

여권 내에서 거론되는 '검찰 물갈이론' 은 크게 두갈래. 청와대가 규정한 '항명' '개혁 저항세력의 반발' 이라는 차원의 연장선상에서 접근, 철저한 기강확립을 강조하는 게 그 하나다.

동교동계 한 실세 의원은 "이번 기회에 개혁적인 검찰로 거듭나도록 해야 한다" 고 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沈고검장의 '거사' 를 지지하고 나선 점을 주목한다.

반개혁적인 세력들이 결집하고 있다는 시각인 것이다.

결론은 수뇌부는 보호하되 沈고검장을 비롯한 검찰 내 저항세력은 과감하게 정리하자는 것이다.

또다른 흐름은 "아예 '검찰의 정권교체' 를 확실히 하자" 는 입장이다.

단순한 개혁 저항세력의 정리차원을 훨씬 넘어선 근본적이고 철저한 물갈이론이다.

한 중진 의원은 "온 국민이 검찰조직의 문제점을 속속들이 알게 된 지금이 검찰을 근본적으로 개혁할 절호의 기회" 라며 "검찰 수뇌부까지 모두 물갈이해야 한다" 고 언급했다.

여기에는 검찰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도사리고 있다.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유독 검찰 내에는 현 정부에 대해 비우호적인 부분이 적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여권은 이를 검찰조직이 과거 역대 정권과 끈끈한 연 (緣) 을 맺고 인맥을 형성해왔기 때문으로 파악한다.

또 다른 중진의원은 지난해 있었던 경성비리사건 수사를 상기시켰다.

그는 "비리의 핵심인 구정권 실세의 비리보다 곁가지에 불과한 새 정부 출범 이후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결국 수사진이 교체되는 사태까지 발생하지 않았느냐" 고 반문했다.

자민련과의 공조에 상처를 준 지난해 연말의 자민련 대전시지부 압수수색도 거론된다.

대단히 예민한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박상천 (朴相千) 법무부장관에게 사전 보고조차 되지 않았던 부분을 양당 관계자들은 잊지 않고 있다.

이 무렵 여권 내에서는 "검찰은 정권교체가 되지 않았다" 는 불만이 터져나왔고, 이같은 시각은 아직도 바뀌지 않은 상태다.

어쨌든 검찰 물갈이는 대세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다만 근본적이고 전면적인 물갈이까지로 확대될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미 박지원 (朴智元) 청와대 대변인은 김태정 (金泰政) 총장의 잔여임기를 보장하겠다고 언명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론 추이에 따라 상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이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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