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비틀스의 문화산업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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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서양에서 1960년대는 사회적 격변 (激變) 의 시대였다.

히피.마리화나.성 (性) 해방.팝아트.학생운동.베트남 반전 (反戰) 운동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기성권위에 대한 도전이 나타났다.

대중음악도 예외는 아니었다.

영국의 록 그룹 비틀스는 전혀 새로운 스타일의 대중음악으로 세계 젊은이들을 열광시켰다.

항구도시 리버풀의 노동자 집안 출신 4명 젊은이는 60년 록 그룹을 결성했다.

딱정벌레를 뜻하는 beetle에서 글자 하나를 바꿔 Beatles로 이름지었다.

62년 데뷔곡 '날 정말 사랑해줘' 를 발표한 데 이어 '제발 날 기쁘게 해줘' '당신의 손을 잡고 싶어' 가 발표되면서 팝음악계를 석권했다.

음악뿐만 아니라 그들만의 독특한 패션, 즉 머시룸 (버섯) 커트라는 더벅머리, 칼라 없는 재킷,끝이 뾰족한 구두도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비틀스의 인기는 대서양을 건넜다.

64년 2월 7일부터 시작된 비틀스의 미국 순회공연은 전 (全) 미국을 진동시켰다.

미국 음악인 로큰롤을 완벽하게 해석함은 물론 그 위에 서정성 (抒情性) 까지 갖춘 비틀스를 보고 미국 팝음악계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언론은 이를 가리켜 '영국의 침공' 이라고 표현했다.

비틀스로부터 시작된 영국의 침공은 그후 미국 팝음악시장에서 자연스런 현상이 됐다.

비틀스에 대한 찬사는 대중음악에만 그치지 않는다.

미국 작곡가 애런 코플랜드는 "60년대 음악정신을 이해하는 데는 비틀스만으로 충분하다" 고 말했으며,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은 "비틀스는 우리 시대의 슈베르트" 라고 극찬했다.

독일 작곡가 알로이스 치머만은 자신의 '진혼곡' 에서 바흐.베토벤.바그너와 함께 비틀스를 인용하면서 비틀스 음악에 대해 '경의' 를 표시했다.

비틀스는 71년 공식 해체됐지만 팬들의 열기는 아직도 식지 않고 있다.

비틀스는 지난해 타임지 (誌)가 선정한 '20세기 문화.예술인' 20인 가운데 하나며, EMI의 비틀스 음반은 여전히 황금알을 낳고 있다.

96년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가 발표한 '세계 고소득 연예인 랭킹' 에서 비틀스는 연간 1억3천만달러를 벌어들여 3위를 기록했다.

주한 영국문화원은 다음달 1일부터 1주일을 '비틀스 주간' 으로 정했다.

문화원 건물 이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행사는 문화산업대국으로서 영국의 국위 (國威) 를 과시하는 데 목적을 둔 것 같다.

비틀스 음악의 독창성과 문화산업효과를 함께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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