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규vs박신양 자존심 대결…설연휴 두영화 동시개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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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넘버3' '접속' 에 이어 지난해 '8월의 크리스마스' 로 흥행보증수표임을 다시 과시한 한석규 (35). '편지' '약속' 의 연속 빅히트로 한석규와 어깨를 나란히 한 박신양 (31). 동국대 연극영화과 3년 선후배 사이면서도 라이벌 톱스타인 두 사람이 처음으로 '외나무 다리' 에서 만난다.

2월 13일. 설날 연휴에 한석규는 27억짜리 대작 액션영화 '쉬리' (감독 강제규) , 박신양은 말랑말랑한 멜로물 '화이트 발렌타인' (감독 양윤호) 을 개봉하며 첫 '정면 대결' 을 펼친다.

관심의 첫 초점은 최근 한국영화의 기세를 더욱 끌어올릴 가능성이 큰 이들의 관객 동원력. 박신양과 한석규는 지난해 1.2월 각각 '편지' 와 '8월의 크리스마스' 로 한차례 '간접대결' 을 펼쳤지만, 한창 '편지' 가 물이 오른 뒤 '8월의 크리스마스' 가 설 개봉작으로 가담한 식이었다.

첫 간접대결에서는 박신양의 판정승. '편지' 는 지난해 서울에서만 75만명을, 반면 '8월의 크리스마스' 는 43만명을 끌어 모았다.

게다가 박신양은 후속작인 '약속' (감독 김유진) 으로 여세를 몰아 최근까지 72만명을 동원했다. 멜로물 경쟁이었던 지난해와 비교해 한석규.박신양의 이번 신작은 장르구별이 뚜렷한 점도 눈길을 끈다.

남북한의 첨보전을 다룬 '쉬리' 에서 한석규는 최정예 특수요원 '유중원' 으로 분 (扮) 했다. 전작들의 깔끔한 외적 이미지는 그대로지만 'X파일' 의 멀더형사처럼 지적 호소력을 강화한 게 특징.

한석규는 "연기의 폭을 체험한만큼 '쉬리' 는 내 연기의 전환점" 이라고 말해 한껏 기대를 갖게 한다. 이 작품에서 한석규는 '넘버3' 의 얼치기 폭력배와는 차원이 다른 고난도 액션도 선보인다.

반면 박신양은 전작의 분위기를 유지.심화하는 쪽을 택했다. " '편지' 나 '약속' 처럼 애써 관객에게 호소하기 보다는 보는 사람이 스스로 느끼게 하는 뽀송뽀송한 멜로가 될 것" 이라는 게 박씨의 변. 박신양은 죽은 연인을 잊지 못해 비둘기에 편지를 실어보내는 '현준' 역을 맡았다.

결국 이번 신작은 탈 (脫) 멜로를 통해 연기의 '폭' 을 넓히려는 한석규와 멜로를 고집하며 연기의 '깊이' 에 몰입하는 박신양의 한판 대결인 셈이다.

이번 출연료는 한석규가 2억5천만원, 박신양은 1억9천만원. 영화평론가 정성일씨는 "한석규.박신양은 한국 멜로영화의 주도권을 여배우에서 남자배우로 역전시킨 90년대말 '뉴웨이브' 의 기수" 라며 "앞으로 어떤 장르에 도전하더라로 연기파로서 거듭나는 자세가 더욱 필요할 것" 이라고 평가했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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