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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속 군살 쫙 … ‘정보 다이어트’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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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 삼성중공업은 컴퓨터 설계 선박 도면 파일이 매일 컴퓨터 서버에 수북이 쌓이는 것이 큰 골치거리였다. 서버의 저장용량을 계속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난해 ‘데이터 중복 제거’ 시스템을 도입해 올 들어 본격 가동하면서 고민이 풀렸다. 중복되거나 불필요한 파일을 자동 삭제해 줘 저장용량에 여유가 생기고 데이터 정리도 말끔해졌다. 김상연 의장CAD파트장은 “원본 데이터가 크게 줄면서 복사본을 저장하는 백업 작업시간도 하루 6시간에서 12분으로 확 단축됐다”고 전했다.

 근래 업계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번지는 ‘정보 다이어트’ 사례들이다. 정보화 시대를 맞아 PC로 생성·유통되는 디지털 데이터가 급증하면서 자료를 효과적으로 날씬하게 저정하는 일이 시급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만 해도 지구상에서 만들어진 디지털 정보는 4870억GB(기가바이트)로 추정된다. 이는 무려 162조 건의 디지털 사진을 저장하는 용량이다. 이에 따라 정보기술(IT) 시장에선 데이터 중복 제거 기술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 분야에 적극 뛰어든 회사는 EMC·데이터도메인·시만텍·컴볼트 등 선진국의 인터넷 솔루션 업체들이다. 다국적 리서치회사인 451그룹은 데이터 중복 제거 시장이 초창기인 2006년 1억 달러에서 3년 만인 올해 10억 달러까지 클 것으로 전망했다. 선두 회사 간 인수합병 경쟁까지 벌어져 업계 선두인 미국 EMC는 지난달 데이터 도메인을 인수하기로 했다.

국내에서는 삼성중공업 외에도 서울 마포구청을 비롯해 지자체 20여 곳 등 데이터 중복 제거 시스템을 구축하는 곳이 늘고 있다. 올 들어 명지대·인천시설관리공단 등이 이 시스템을 도입했거나 그럴 예정이다. 서비스 본격화 원년인 올해 국내 시장 규모는 2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한국에서도 이 분야 사업을 활발히 벌이는 한국EMC의 김경진(52·사진) 사장으로부터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중복 데이터는 어떤 부담을 주나.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e-메일로 공지사항을 보내면 직원 메일함마다 같은 내용이 저장된다. 데이터가 크거나 직원 수가 많으면 저장장치 부담은 그만큼 커진다. 이에 비해 직원들의 메일함에 제목만 띄우고 본문은 회사 서버에 올려 찾아보게 하면 정보 저장을 적게 해도 된다.”

-중복 제거 기술을 적용하면.

“내용 전체가 같은 정보는 찾아서 없애준다. 일부만 다를 경우에도 같은 내용은 하나만 남기고 다 제거한다. 회사에서 개인별로 만드는 보고서나 각종 서류의 경우 중복된 부분은 서버에 올리고, 내용이 다른 부분만 각자 저장함에 넣는다.”

-거의 쓰지 않는 데이터의 경우는.

“기업이든 개인이든 PC 안에는 거의 찾지 않는 정보가 더 많다. 특히 이런 불필요한 데이터에 악성코드가 심어져 있으면 모든 정보를 통째로 날릴 수도 있다. 불필요한 정보나 악성코드를 찾은 뒤 이용자에게 제거 여부를 알려준다.”

-정보에 수명 주기를 단다는데.

“수시로 컴퓨터 자료를 뒤져 일정 기간(통상 6개월) 쓰지 않는 데이터를 찾는다. 이런 것들을 골라내 사용자에게 삭제할지 여부를 묻는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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