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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성 전 청장 ‘수상한 30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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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이춘성(57) 전 충북지방경찰청장의 차명계좌에서 30억원대의 돈이 입출금된 사실이 포착돼 검찰이 돈의 출처를 추적하고 있다.

27일 부산지검 특수부에 따르면 이 전 청장은 부하 경찰관 가족 등의 이름으로 10여 개의 차명계좌를 통해 30억원을 관리해 왔다. 이 전 청장은 검찰 조사에서 월급과 수당, 전별금, 격려금을 모아두었다가 통장에 넣은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은 경찰의 인사철에 맞춰 한꺼번에 수천만원씩 12억여원이 차명계좌에 입금된 점에 주목하고 인사청탁 대가 여부를 조사 중이다.

특히 30억원 중 8억5000만원의 출처가 명확하지 않아 돈의 흐름을 좇고 있다. 이 전 청장이 경남경찰청 차장과 서울경찰청 보안부장으로 있던 2005년 7월과 2006년 9월 부산시 기장군 철마면과 경기도 파주시의 땅을 1억7000만원과 2억7500만원을 주고 다른 사람 이름으로 사들인 혐의(부동산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도 캐고 있다.

앞서 검찰은 이 전 청장을 울산의 한 코스닥 상장기업으로부터 투자이익금 명목으로 8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했다. 이 전 청장은 2007년 3월 T사의 주식 2억원어치를 산 뒤 다음해 1월 주가가 20%가량 떨어졌는데도 이 업체 대표 마모씨로부터 2억8000만원을 돌려받았다는 것이다. 이 전 청장은 검찰의 내사가 시작되자 마씨에게 전화를 걸어 당초 투자금을 2억원이 아닌 2억5000만원으로 부탁한 사실도 드러났다.

양산시 가스충전소 허가 로비 과정에 이 전 청장이 개입한 정황을 포착하면서 시작된 이번 수사가 확대되면서 부산·울산·경남 지역은 긴장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공개적으로 언급한 지역 토착비리 척결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청장이 한때 ‘경찰의 실세’라고 불렸다고 한다”며 “권력형 토착비리 사건으로 보고 수사 과정에서 나오는 의문점에 대해 하나씩 확인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전 청장은 1979년 간부 후보(27기)로 경찰에 들어가 2004년까지 25년간 부산에서 경찰 간부로 근무하다 2005년 경무관으로 승진했다. 이어 경남지방경찰청 차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2006년 치안감 자리인 울산지방경찰청을 거쳐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충북경찰청장으로 재임하다 퇴임했다.

부산=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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