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김종철 '하노이연가'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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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가끔 잘 운다는 하롱베이를 만나기 위해

겨울 하노이에 왔다

내 청춘의 벼랑 끝에서

M - 16가늠쇠를 숨죽이며 지켜보았던

하노이가 맨몸으로 나를 맞아주었다

잘 눕지도 못하고

지팡이로 지탱한 그녀가

오늘은 붉은 산호꽃으로 울었다

- 김종철 (金鍾鐵.52) '하노이연가' 중

우리 현대사에는 두 개의 전쟁이 있다.

하나는 국내전 6.25이고 하나는 국외전 월남전이다.

그 외상 (外傷) 은 아직도 전쟁중이지만 어지간히 지난 세월에 실려간 일이기도 하다.

배 타고 건너가 참전한 한 젊은이가 이제 중견시인의 회포로 하노이 엘레지를 부르고 있다.

시인은 거기서 자신의 어린 시절에 비껴갈 수 없었던 남루까지 떠올리는데도 감상을 마다하고 삶의 체중을 지켜낸다.

세월은 실체에 대한 안개이기도 한가.

고은 <시인>

[알림] '시가 있는 아침' 의 필자인 시인 고은씨가 미 하버드대와 버클리대에 연구.초빙교수로 초청받아 27일 한국을 떠납니다.

고씨는 앞으로 1년간 미국 학계에 한국문학을 소개하는 강의를 하면서 현지에서 '시가 있는 아침' 을 계속 집필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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