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철의 글로벌뷰]1039. 당신 날 속였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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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무역회사 (a trading company)에 근무하는 김대리가 거래선 (business partner) 인 외국 회사 미국인 직원과 탁구 (ping - pong) 를 치게 됐다.

저녁 내기 탁구를 치기로 했는데 (agreed to play ping - pong for dinner) 시합 전에 그 미국인이 "Do you play ping - pong well?" (탁구를 잘 치세요?) 하고 물어보았다.

사실은 좀 잘치는 편이었지만 겸손하게 "Well, I cannot play well." (뭘요, 잘 못칩니다.) 하고 대답했다. 막상 시합을 해보니까 김대리의 실력이 월등해 3대0 (three to nothing) 으로 3세트 연속 미국인이 참패를 당하게 됐다.(His partner was badly beaten three sets in a row.) 그러자 그 미국인이 격앙된 목소리로 "You hustled me." 라고 외쳐댔다.

'hustle' 은 '부정한 수법으로 돈을 사취하다' 란 뜻이며 'hustler' 는 당구장 같은 곳에서 처음엔 당구를 못치는 척하며 돈을 잃어주다 결정적 순간에 돈을 다 따버리는 '노름꾼' 을 의미하는데 이 미국인은 김대리를 이런 'hustler' 로 오해한 것이다.

이 사건은 자신의 실력을 솔직하게 알려주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 미국인과 자신을 낮추는 겸손을 미덕으로 간주하는 (regard modesty as a virtue) 한국인을 가름하는 잣대의 차이로 인한 것인데, 이런 경우 미국인들과의 대화 때는 사실대로 "I have been playing ping - pong for about two years." (탁구를 2년 정도 쳤습니다.), "I'm an average player." (보통 정도 칩니다.) 또는 "I'm just a beginner." (초보입니다.) 등으로 자신의 실력을 솔직히 말해주는 것이 훨씬 좋은 방법이다.

민병철 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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