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과 과학]'날 샌 올빼미 신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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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요즘처럼 권력 무상이 실감날 때면 '날샌 올빼미 신세다' 라는 속담이 떠오른다.

날이 새면 올빼미가 꼼짝도 못하고 숨어 살듯이 권세 있던 사람이 그것을 잃고 나서는 기가 죽어 초라하게 지낸다는 뜻이다.

올빼미는 낮에는 나무 위에서 대개 10~20마리가 무리를 지어 쉬다가 주로 밤에 활동을 한다.

올빼미가 밤에만 활동하는 것은 올빼미의 눈과 귀가 밤 사냥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졌을 뿐 아니라 밤에는 경쟁상대인 매나 독수리가 움직이지 않아 먹이를 독차지할 수 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올빼미는 보통 새와 달리 눈이 사람처럼 머리 앞쪽에 붙어서 앞은 매우 잘 보지만 멀리 보는 데는 불리하다.

멀리 있는 먹이는 움직이는 소리로 방향과 위치를 정확히 잡아내는 것. 작은 새.개구리는 물론 닭까지 잡아채는데, 작은 들쥐의 바스락거리는 소리만으로 쥐를 잡을 수 있는 실력이다.

청각은 개나 고양이보다 4배나 뛰어나다.

이처럼 청각이 뛰어난 것은 비뚤어진 귀 덕분. 양쪽 귀가 비대칭이라 오른쪽 귓구멍이 약간 아래로 처져 있어 아래쪽 소리에 더욱 예민하다.

즉 두 귀가 듣는 것에 시차가 생겨 이것으로 공간개념이 형성돼 먹이가 있는 거리와 위치를 알게 되는 것. 눈은 고정돼 있어 눈알을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머리를 빠르게 돌려서 먹이를 찾거나 적을 피한다.

올빼미는 다리를 오므려 앉으면 자동으로 다리의 힘줄이 네 발가락을 잡아당겨 발가락이 나뭇가지를 동그라게 에워싸 낮잠을 자면서도 나무 줄기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이렇게 보내는 올빼미의 낮은 숨어있는 시간이 아니라 밤의 왕성한 활동을 대비하기 위한 시간. 이런 올빼미를 가리켜 그리스인들은 지혜의 여신, 아테네의 친구인 '현명한 늙은 올빼미' 라고 칭송하기도 했다.

올빼미의 지혜를 권세에 연연하는 사람들이 본받아야 할 것 같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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