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송지나 집필 일요드라마 '카이스트' 방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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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대전시 구성동 한국과학기술원 (KAIST) 정보통신공학동 제1강의실. 칠판 위에는 X축과 Y축 사이로 담당교수가 직접 썼다는 로봇공식이 빼곡이 적혀있다.

강단에 나와 익숙한 솜씨로 공식을 유도해 내는 학생들은 첫눈에 봐도 엑스트라가 아니다. 그래서 실제 강의 장면인 듯도 싶지만 뒤에선 카메라가 돌아간다. 24일 밤 9시50분부터 방영되는 SBS 새 일요드라마 '카이스트' 의 촬영현장이다.

"캠퍼스의 낭만만 그리는 대학생 드라마는 매력이 없어요. " '모래시계' 의 작가 송지나 (40) 씨가 '달팽이' 이후 1년만에 집필을 맡았다. 카이스트 젊은이들의 방황과 열정을 담은 과학 시추에이션 드라마를 선보인다.

기획단계 때만 해도 '과학드라마' 라는 이유로 SBS 간부들은 제작을 망설였다는 후문. 그만큼 전문적 내용을 드라마로 풀어 간다는 건 모험이었다.

"6개월간 인터넷을 통해 카이스트 학생들로부터 4백여 에피소드들을 모았어요. " 해커 5천명 양성론, 로봇 축구대회 등등. 뿐만 아니다. 아예 대전에 방을 구해 3개월간 학생들과 생활을 함께 했다.

어려운 전문용어는 담당교수에게 전화를 걸며 공부하고 강의 내용이 담긴 대본은 일일이 팩스로 보내 자문했다. 그렇다고 딱딱한 드라마는 아니다.

'오박사네 사람들' '아빠는 시장님' 등으로 일찍이 시트콤을 선보였던 주병대 PD가 연출을 맡았다. "숨가쁜 과학도들의 일상사 속에 코믹한 에피소드를 녹일 생각입니다."

'모래시계' 에서 작은 태수를 연기한 김정현과 '용의 눈물' 에서 양녕대군 역을 맡았던 이민우.채림 등이 학생으로 출연한다. 강의실에선 빈 틈이 없어 '마녀' 로 통하지만 사무실에선 통화 도중 핸드폰을 냉장고 안에 넣어 둘 만큼 덤벙거리는 로봇 공학교수역을 맡은 이휘향의 상반된 연기도 볼만하다.

또 스피드 건으로 교내 과속차량을 단속하는 역을 '투캅스' 의 김보성이 맡았다. 실제 학생들이 걸리기만 하면 월남전 참전 얘기를 늘어놓는 카이스트의 캠퍼스 폴리스맨 '람보 아저씨' 가 모델이다.

대전 =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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