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야,서로에게 햇볕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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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여당만의 반쪽청문회는 각종 비자금설로 비리조사특위처럼 변해가고 야당은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장외집회로 내달리고 있다.

이젠 여론도 목이 쉬어 더 이상 정치화합 소리를 내기도 힘든 듯하다.

한나라당이 24일 마산에서 가지려는 장외투쟁은 두가지 측면에서 위험한 행사다.

우선 명분의 문제다.

집회 성격은 정치사찰.민생파탄 규탄대회라 한다.

일단 정치사찰 의혹은 실제 여러 혐의가 있으니 야당으로서 당연히 문제 삼을 만하다.

하지만 민생파탄 부분은 여론의 공감대란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민생의 어려움이란 지역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으나 본질적으로 IMF관리체제 아래서 국민 대부분이 겪는 것이다.

야당은 특정지역이 차별적인 간난을 겪고 있다고 주장하나 이는 분명치도 않을 뿐더러 만의 하나 그렇다 해도 대규모 집회로 분심 (憤心) 을 돋우려는 것은 결코 해결책이 못된다.

한나라당은 구미 집회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심각하고 우려스러운 것은 그런 집회가 명백히 지역감정을 자극해 국민분열을 악화시킬 염려가 짙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현 정권도 야당일 때 위기에 처하면 특정지역으로 달려가곤 했다" 고 반박할는지 모른다.

그것은 국정경험을 가진 정당의 논리치고는 하수 (下手) 요 저급 (低級) 이다.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반복돼선 안된다.

야당의 행동이 무리한 것이기는 하지만 여당의 경직된 정국운영 또한 야당에 명분을 제공하는 것이 사실이다.

야당집회의 주요한 목적은 정치사찰 규탄이다.

여권은 529호 사건이 터졌을 때 안기부의 행위는 정당한 것이요 야당의 그것은 범죄라고 몰아붙였고 지금까지 이를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을 보면 사태의 성격이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법원은 방에 들어간 한나라당 당원들에 대한 영장을 기각한 데 이어 529호 문건이 국가기밀이었다는 안기부의 주장을 뿌리쳤다.

이는 사건의 본질이 절도행위보다는 안기부의 정치관여 여부에 대한 논란이자 의혹 쪽에 더욱 가깝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권은 529호 사건에 대해 뭔가 유감과 시정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아울러 3일 연속 법안변칙처리도 이런 사태의 연장선상에서 발생한 것이니 마찬가지로 여권은 정치적 유감표명의 해법을 검토해봄직하다.

우리가 거듭 지적한 일이지만 한나라당도 국회법 정신에 맞지 않는 청문회 특위 동수구성 주장을 거둬들여야 할 것이다.

여야 대치의 심각성으로 볼 때 이러한 사안의 일괄타결은 총무차원의 당 대 당 협상에서는 이뤄지기 힘들 것이다.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과 이회창 (李會昌) 한나라당총재가 만나 다시금 정국 해결책을 찾는 여야 총재회담이 빨리 열려야 한다.

일각에서는 지난번 총재회담후의 정국파행을 들어 회담무용론도 주장하나 여야 지도자는 자주 만날수록 간극을 좁히고 상호인정.협력의 길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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