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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한국록 분출구 '산울림'22년 헌정음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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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97년부터 붐을 이뤄 이제는 가요계의 한 트렌드로 정착한 트리뷰트 (헌정) 음반은 나올 때마다 화제 못지않게 비판에도 시달렸다.

'어 트리뷰트 투 신중현' - 원곡의 무게를 못 살렸다, '다시 돌아올 그대 위해 (유재하 트리뷰트)' - 프로듀서 (김현철) 개인의 음악 스타일이 너무 짙다, '아침이슬 1997 (김민기 트리뷰트)' - 헌정받을 사람 본인이 원치 않았다 등등. 심지어 어떤 음반은 수익을 출반 취지에 맞게 쓰지 않았다는 음악외적 잡음까지 일으켰다.

그런 탓인지 다음주에 나오는 산울림 트리뷰트 '산울림ㅡ되울림 (가제)' 는 이전 트리뷰트와 몇가지 두드러진 차이점을 보인다. 우선 음반 색깔을 연출하는 프로듀서가 없다. 참여 가수들이 연주부터 프로듀싱까지 자율적으로 했다.

그래서 이 트리뷰트는 자유롭고 다채롭다. 산울림의 70.80년대 노래들을 슬래쉬 메탈.재즈 등 90년대 '첨단' 장르로 다양하게 변주했다. 때문에 통일된 색깔은 없다.

그래서 원곡의 오리지널리티를 중시하는 팬들에겐 '산만스러울' 가능성도 있다. 한편으로는 "오늘의 목소리로 다양한 재해석을 시도했다" 는 긍정적 평가도 기대된다.

판매 뒤 나돌지도 모르는 시비를 없애기 위해 공증을 거쳐 수익 전액을 한국복지재단에 기금으로 내놓기로 한 점도 다르다.

산울림의 22년을 록과 포크로 나눠 두 장에 압축했다. 모두 22곡에 참여 가수도 22개 팀이다. 이현우.김장훈.유리상자 등 스타들을 대중적 카드로 포진시키고 델리 스파이스.자우림.디아블로 등 신인 록그룹을 실험성 측면에서 기용했다.

블랙 신드롬.시나위.윤도현밴드 등은 산울림의 음악적 뿌리를 잇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의 산울림 카피밴드 '곱창전골' 은 산울림 음악의 '세계성' 을 확인시켜준다는 점에서 각각 캐스팅됐다.

꾸밈없는 선율 속에 살가운 정서를 담은 산울림 음악의 느낌은 아무래도 80년대 중견가수들이 많이 참여한 '포크' 편에 잘 살아난다. 절제된 미성이 돋보이는 헤비메탈 밴드 블랙 신드롬의 '빨간 풍선' , 정제된 탁음과 차분한 저음이 매력인 '그대 떠나는 날에 비가 오는가 (임지훈)' '둘이서 (한동준)' 등이 그런 예.

반면 '록' 편에 집중된 신인들은 장르의 새로움을 무기로 원곡에 도전한다.

'내 마음은 황무지' 의 거친 질감을 단단한 메탈선율로 확대재생산한 그룹 디아블로, 구수한 발라드 '회상' 을 90년대 기타팝으로 변형한 델리 스파이스 등이 그렇다.

기획자 김형준 CBS PD는 "70년대 한국록의 분출구였던 산울림 음악은 90년대 언더그라운드 음악의 귀중한 자양분이 됐다. 댄스와 더불어 언더음악의 시대이기도했던 90년대 말에 이 음반을 내는 것은 그래서 의미가 크다." 고 말한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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