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제주 한라산 겨울 산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겨울 한라산은 눈으로 이야기한다. 서해를 지나 3백60여개의 오름을 빠져나온 바람도 백록담에 이르러 눈보라를 일으키며 매서움을 누그러뜨린다.

하늘과 바다 그리고 바람과 눈만 있을 뿐 시간마저 정지된 한라산. 울창한 숲은 밤새 내린 눈으로 하얀 장막을 드리운 채 고요속에 잠들어 있다.

진달래대피소에서 백록담으로 오르는 등산로의 구상나무 군락지. 신은 밤을 새워 이곳에 흰눈으로 각양각색의 조각품을 빚어놓는다.

제주의 바람에는 빛깔이 있다고 한다. 겨울 제주의 바람빛깔은 흰색이다. 겨울 한라산에 오르면 말이 필요없다. 눈으로 말을 하고 보이는 것을 가슴에 담아오기만 하면 된다.

반도의 남쪽 최고봉 한라산. 제주도 어디서 보나 크나큰 엄마 품의 모습으로 다가오는 한라산은 제주 사람들의 애환을 지켜 본 제주의 산이고 민족의 영산이다.

그 머리에는 지금도 사슴의 슬픈 전설이 살아 숨쉰다. 한라산은 정상부근의 심각한 훼손으로 지난 96년부터 입산이 통제되고 있다. 그러나 매년 2m이상의 적설량을 보이는 1월~2월까지 성판악.관음사코스만 일시적으로 개방돼 겨울 백록담을 보러오는 등산객들로 붐빈다.

산행은 성판악휴게소부터 시작된다. 나뭇가지마다 설화가 곱게 핀 등산로를 따라 2시간30분정도 오르면 사라악대피소 (1천2백m) .여기서 진달래대피소까지 1시간이 더 소요된다.

진달래대피소부터 정상까지는 상고대가 펼쳐져 겨울 한라산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정상까지는 1시간여가 소요된다. 백록담을 왼쪽으로 끼고 20여m를 가면 관음사코스가 시작된다. 앉아서 미끄럼을 타고 내려오는 재미도 맛볼 수 있다.

왕관릉서 바라보는 서북벽의 설경은 겨울 한라산의 백미. 하산길은 왕관릉~용진각대피소~용진굴~개미목~탐라계곡을 거쳐 관음사입구 공원관리소로 연결된다.

그러나 관음사코스는 현재 관음사~용진각대피소까지만 길이 뚫려있는 상태. 백록담에서는 관음사코스의 등반을 통제시키고 있다.

사람들의 발길로 다져진 등산로에서 한발자욱만 옆으로 비켜도 허리까지 눈이 찰정도로 발이 빠진다. 운동화나 구두차림에 겨울장비도 갖추지 않은채 등반하는 관광객들이 눈에 쉽게 뜨이는데 여간 위험하지 않다.

아이젠과 스패츠는 필수품. 이밖에 여벌의 옷과 양말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겨울철 한라산 등반을 하려면 가급적 산에 대해 경험이 많은 안내산행단체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중 하나다.

한라산등반은 왕복 9시간이상 소요된다. 시간별로 등산로입구와 대피소에서 입산을 통제시킨다. 성판악휴게소나 관음사에서는 오전 9시이후, 진달래대피소와 용진각에서는 오후 12시이후부터 출입이 불가능하다. 문의는 한라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 (064 - 742 - 3084)

김세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