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비웃는 부유층 도박 요지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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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IMF 한파로 온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가운데 일부 계층에서 상습적으로 거액의 도박판을 벌여온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K그룹 사장의 전부인 琴모씨, 공인회계사 부인 林모씨, 양말회사 사장 딸 金모씨, 주류회사 임원 부인 申모씨 등이 단골멤버였던 부유층 부인 도박은 요지경속. 친목계 모임에서 알게 된 이들은 처음에는 심심풀이로 '고스톱' 을 하다 '싸리섯다' 도박으로 판을 키웠다.

이들은 판돈을 키우기 위해 바둑알 한알을 1만~10만원으로 계산했으며 1타임 (3시간) 판돈이 1억원을 넘었다.

도박에 빠진 주부들은 하루 3억~5억원을 잃기도 해 S환경회사 사장의 전부인 金모씨는 23억원, 단란주점 여사장 韓모씨는 17년 동안 술집을 운영해 모은 12억원을 몽땅 날린 것으로 확인됐다.

영화배우 S씨의 전부인 朴모씨, 축구감독 부인 崔모씨, 朴모 변호사 부인 등이 포함돼 있었으나 이들은 지난해 2월 다른 도박사건과 관련, 이미 처벌을 받아 이번에 입건되지 않았다.

수사 관계자는 "崔씨의 경우 도박판에서 8억원대의 빌라를 날렸다" 고 밝혔다.

도박으로 가산을 탕진하면서 가정불화가 겹쳐 S환경회사 전부인 金씨, K그룹 사장의 전부인 琴씨, 영화배우 S씨의 전부인 朴씨 등은 남편과 이혼했다.

골프도박은 부킹을 쉽게 할 수 있는 골프협회 간부 이선열씨와 프로골퍼 孫모씨 등이 중소기업인 등을 끌어들여 내기 골프를 제의하는 방법으로 이뤄졌다.

이들은 충청도까지 원정을 다니며 9홀 기준으로 한사람이 5백만~2천만원의 돈을 걸어놓고 4등은 1~3등에게, 3등은 1, 2등에게, 2등은 1등에게 돈을 지급하는 방법으로 한라운드 최고 1억원씩을 놓고 도박을 즐겼다.

사기도박 혐의로 구속된 방설자 (方雪子.53.여.구속) 씨는 벤츠승용차를 타고 다니며 재력있는 '회장님' 으로 행세, 공사 도급을 줄 것처럼 중소건설업자를 유혹해 '고스톱' 판을 벌인 경우. 方씨는 피해자를 모집하는 '설계사' 와 도박기술자인 '기사' 를 고용, 사기도박판을 벌여 W건설 대표 李모씨 등 15명으로부터 11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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