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터테너 '빅3' 잇단 새 음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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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3테너' 는 이제 잊어도 좋다? 물론 그럴리야 없겠지만 '3카운터테너' 의 인기가 유명테너 가수 못지 않기 때문이다.

카운터테너는 변성기를 거친 후에도 훈련된 가성 (假聲) 으로 소프라노의 음역을 구사하는 희귀한 목소리의 남성 성악가. 중세 이후 여성의 목소리를 억압했던 과거 역사가 빚어낸 '비극' 의 산물이기도 하다.

비발디.헨델 등 바로크 오페라 붐에 힘입어 17.18세기 오페라의 주역으로 스타덤에 올랐던 카스트라토 (거세한 남성 소프라노)가 19세기초 법적으로 금지되면서 이들 대신 카운터테너가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안드레아스 숄.브라이언 아사와에 이어 '3카운터테너' 의 대열에 합류한 데이비드 대니얼스가 최근 '헨델 아리아집' (EMI/버진) 을 내놓음으로써 바야흐로 '카운터테너 3파전' 이 치열하다.

안드레아스 숄과 데이비드 대니얼스는 최근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지가 선정한 '차세대 음악인 10인' 에서 각각 1위와 2위에 랭크됐다. 안드레아스 숄은 독일 비스바덴 성당의 보이 소프라노 출신. 스위스 바젤음악원 부설 고음악전문 아카데미에서 르네 야콥스를 사사했다.

96그라모폰 음반상을 수상한 비발디의 '성모애상' 에 이어 최근 '독일 바로크 솔로 칸타집' 을 아르모니아 문디 레이블로 내놓은 후 데카 레이블과 전속 계약을 맺었다.

이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브라이언 아사와는 일본계 미국인. 91년 도밍고 콩쿠르에 이어 카운터테너로는 최초로 94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최근 BMG클래식 레이블에서 라흐마니노프.포레.빌라 로보스의 가곡을 엮은 '보칼리즈' 음반을 출시했다. 안드레아스 숄이 콘서트홀에서 고지를 선점했다면, 대니얼스는 오페라 무대에 강하다.

코니퍼 클래식 레이블로 출시된 스카를랏티의 솔로 칸타타에 이어 최근 버진 레이블로 '헨델 아리아집' 을 내놓은 데이비드 대니얼스는 카운터테너로는 최초로 오는 4월10일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에서 헨델의 오페라 '줄리어스 시저' 에 출연한다.

헨델은 바로크 오페라의 대미를 장식한 오페라 작곡가. '줄리어스 시저' 는 생전에 앙코르 공연을 가질 정도로 대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영국 더 타임스지는 대니얼스에 대해 "어쩌다 남자가 되어 버린 소프라노" 라며 "가성의 억지스러움이 배제된 자연스런 목소리" 라고 평했다.

카운터테너의 인기가 지금 추세대로 높아진다면 21세기에는 '3 카운터테너' 가 세계 순회공연을 다닐지도 모를 일이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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