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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석제를 한국의 밸런타인데이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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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 "1930년대까지도 칠월칠석이 되면 어머니들이 우물 청소를 한 뒤 물을 떠놓고 가족의 무병장수와 풍년을 빌었어요. 선비들은 장마로 눅눅해진 책을 말리고요."

음력 7월 7일인 오는 8월 22일 서울 마포구 선유도 공원에서 칠석제를 재현하는 차옥덕(54.국문학 박사) 한국여성향토문화연구원 이사장. 천안대와 숭실대에 출강 중인 차 이사장은 70여년 만에 이를 복원하기 위해 지난 7년간 밤낮없이 뛰어다녔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동북공정에 대응하는 학자들의 모임''한국예맥학회' '한국종교사연구회' 등 약 30개의 단체, 250명의 학자와 전문가들도 그가 끌어들였다.

이번 칠석제는 수박등을 걸고 소원을 적은 금줄을 매단 뒤 풍물패가 풍물을 치는 것으로 시작된다. 칠석이면 우물 청소를 했던 풍습에 따라 선유도 주변을 물청소한다. 인류의 화합을 기원하는 제사도 모시고 책 말리기와 공부 잘하기 축원식도 연다.

그는 칠석제가 일제의 민족문화 말살 정책의 하나로 사라진 우리의 뿌리깊은 문화축제라고 강조했다.

"평양시 인근에 있는 AD 408년께 만들어진 덕흥리 고구려 고분벽화에는 견우직녀도가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조선 실록에도 칠석제에 대한 얘기가 100번 이상 나옵니다. 이는 칠석제가 우리 민족의 오랜 문화축제라는 것을 입증하는 겁니다."

그는 "칠석제의 기원은 고조선의 '천제'나 고구려의 '동맹'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며 "중국이 고구려가 중국역사라고 주장하는 때 칠석제를 국민적 문화축제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차 이사장은 "칠석제가 오랜 장마가 끝나기를 기원한 일종의 지우제(遲雨祭)였다"며 "견우와 직녀의 사랑 이야기는 하늘의 별자리를 보고 농사에 대비하던 농경민족이라는 우리민족의 특성이 낳은 설화"라고 해석했다.

모든 의례의 제관이 남성이라는 데 의문을 품게 된 그는 "여성이 제관이 된 의례가 없었을까"하고 칠석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칠석재의 제관(祭官)도 자신을 포함해 모두 여성으로 구성했다.

차 이사장은 그동안 역사 속의 여성인물을 찾는 일에 몰두했다. 최근엔 고구려의 첫 왕비로서 남편 주몽을 도와 고구려를 건설한 '소서노'라는 인물을 찾아 학계에 발표해 주목받았다. 박사학위 논문도 조선시대의 남장여자였던 '방한림'이란 인물을 통해 조선시대 여성의 삶을 조명했다.

4년 전부터 한국여성향토문화연구원을 운영 중인 그는 200여명의 회원과 함께 주말이면 역사 속 여성인물 찾기 답사도 꾸준히 하고 있다.

"칠석제를 앞으로 한국의 밸런타인데이로 이끌어 갈 겁니다. 국적 없는 행사가 판을 치고 있지만 견우.직녀만큼 애절한 사랑 얘기도 없잖습니까?"

문경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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