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총재 왜 강공 안푸나]당 결속다지며 정국돌파 모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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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대여 (對與) 공세가 움츠러들지 않고 있다.

안기부 정치사찰 시비를 야기한 국회 529호실 사태로 수세가 된 여권에 대해 공세를 늦출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당내의 일각에서 이는 비판의 소리를 잠재울 수 있다는 계산도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17일 야당으로 변신한 이후 처음으로 당직자.당원 등 1천여명이 참석한 대규모 산행 (山行)에 나섰다.

대여 공세의 기세를 올리기 위함이다.

李총재는 연설에서 "앞으로의 길이 가파르고 험해도 우리가 갈 길을 굳건하게 가자" 며 대여 공세에서 한 목소리를 내자고 호소했다.

한나라당은 18일 수원에서 규탄대회를 개최하는 것을 비롯,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한다는 당초의 계획을 밀고나갈 방침이다.

새로 원내 사령탑에 오른 이부영 (李富榮) 총무도 "대여 투쟁은 원래대로 할 것" 이라고 공언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여당의 단독 청문회 개최에 대해 "할테면 해보라" 는 식의 강경한 입장이다.

안기부 정치사찰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직무범위를 벗어난 행위' 라고 규정한 만큼 정치적 부담은 여당에 있다는 판단이다.

그런 만큼 여당 단독의 '나홀로 청문회' 를 개의치 않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내부의 비판과 견제의 목소리도 지도부가 대여 강공에 나서는 한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보수 야당으로서의 자세를 잃고 있다" "총재가 진보성향의 초.재선 의원들에게 휘둘리고 있다" 는 등의 엇갈린 비판을 일거에 잠재우기 위해서는 당력을 집중시킬 수 있는 대여 강공이 가장 효과적인 게 아니냐는 것이다.

李총재는 또 현 정부의 정계개편 움직임과 관련, 차제에 당 결속을 효과적으로 이루지 못하면 조만간 당이 여당의 야당 파괴 공작에 말려든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529호실 사태로 모처럼만에 찾아온 대여 공격의 '빌미' 는 당 내부의 파열음을 잠재우고 한 목소리를 일궈내는 호재임이 분명하다는 생각이다.

그러면서도 한나라당은 여당과의 협상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16일에는 아흐렛동안 계속해온 국회의장실 점거농성을 해제했으며 18일엔 여야 총무간 협상에도 나설 예정이다.

여당이 내미는 카드를 보면서 적절한 대응을 해가고, 그런 가운데 다수당의 위상을 정립해가겠다는 계산이다.

유광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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