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수 박사의 '9988234' 시크릿] ① 건강의 세 가지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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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우의 신건강인센터
박민수 원장

저는 의사이지만 경영학서적을 즐겨 보는 편인데요. 요즘 경영학서적을 살피다 보면 불황의 시기인지라 위기감에 관련된 서적들이 유독 많습니다. 위기감이 없는 조직은 결국 조직의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해결에 대한 열정부족으로 파국적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는 내용인데요.

건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내 몸에 대한 진정한 위기감과 그로 말미암은 진지한 통찰이 없는 개인들은 결국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지요.

이런 측면에서 보면 제대로 된 위기감은 몸을 살리는 첫걸음이기도 한데요. 건강에 대한 위기감은 40세 이후 펼쳐질 건강의 세 가지 길에 대한 통찰에서 시작됩니다. 무릇 한국인에게는 세 가지 건강의 길이 있습니다. 누구도 이 길들에서 벗어날 수 없는데, 첫째 조기사망의 길, 둘째 죽겠다 죽겠다의 길, 그리고 99팔팔23사의 길이 그것입니다.

세 가지 길은 죽음의 정의와 원인이 눈부신 경제성장과 의학의 발전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현실에서 기인합니다. 불과 30-40년전만 하더라도 고칠수 없거나 사람은 서서히 죽어가는데도 원인을 모르는 질병들이 즐비했던 반면에, 지금은 급작스럽거나, 원인은 알지만 어찌해볼수 없는 질병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결핵이나 장염이 사망원인의 상위를 차지했던 예전에 비해 지금 사망원인의 맨위에는 심근경색, 뇌출혈, 암등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입니다.

첫 번째 조기사망의 길은 말그대로 일찍 죽는 것입니다. 자기수명을 살지 못하고 남보다 빨리 죽으면 조기사망입니다. 적어도 저의 견해로는 지금의 30-40대는 남자 85세, 여자 90세는 살아야 조기사망하지 않는다고 자부할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사람의 조기사망양상을 보면 40대부터는 암이 제1원인이 되고 2, 3위는 뇌혈관질환, 간질환입니다.
젊어서는 자살과 운수사고가 중요한 원인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죽겠다, 죽겠다의 길입니다. 젊은 시절 내몸은 묵묵히 나를 돕습니다. 하지만 대개 사람들은 고마운 몸을 아끼지 않습니다. 무시당하던 몸이 반격하는 시점이 40대 후반입니다. 그 후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은 남은 인생을 병원을 들락거리며 고통 속에 살게 됩니다. 저같은 의사만 좋은 일 시키는 것이지요. 여러 질환들에 시달리다 보면 죽겠다, 죽겠다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죽겠다 죽겠다 병에서 앞의 죽겠다는 내가 괴롭고 아파서 죽겠다 이고요 뒤의 죽겠다는 돌보는 사람들 입에서 나오는 힘들고 불쌍해 죽겠다입니다. 죽겠다죽겠다 병의 유일한 예외인 만성질환이 치매이지요. 정작 본인은 고통을 모르고 주위 사람들의 고통만 엄청난 셈인데 이 또한 아이러니이지요. 통계상 죽겠다 죽겠다 병의 길을 걷는 사람들이 제일 많으며, 또 급증하고 있습니다. 다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살리는 의학기술의 발전 덕분이겠지요.

세번째로 99팔팔23사의 길이 있습니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 3주 만에 죽는다는 99팔팔23사는 현대인의 로망입니다. 99팔팔23사하는 사람들은 예방의학이 발달한 서구나 가까운 일본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인생의 성공자들입니다. 99팔팔23사는 끊임없는 내몸 경영으로만 달성 가능한 소수자의 선택이지만, 동시에 첨단 예방의학의 도움으로 이미 매뉴얼이 완성되어가는 실현가능한 길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99팔팔23사하지 못할까요? 이유는 알지 못하고, 알더라도 실천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주위를 돌아보면 대다수의 한국인이 자신이 불건강해지는 원인들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알더라도 진실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9988234로 가는 내몸경영을 막는 원인은 크게 그릇된 내몸관점과 나쁜 내몸환경으로 나뉩니다. 특히 현대인들의 일상은 내몸을 파괴하는 요소로 채워져 있고, 많은 사람이 오히려 이를 내몸을 이롭게 하는 요소로 오인하고 있기도 하지요. 내몸경영의 방해꾼들을 간파하면 99팔팔23사의 길 역시 반은 성공한 셈입니다.

유태우의 신건강인센터 박민수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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