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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 발사 국내외 반응] 탄성, 80분 뒤엔 탄식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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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우리나라에 모처럼 경사가 났나 했더니….”

25일 저녁 나로호가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힘차게 날아오르는 장면을 보면서 환호했던 시민들은 위성이 정상궤도 진입에 실패했다는 소식에 충격과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탄성이 탄식으로=“장관을 연출하며 힘차게 날아올랐는데….” 나로우주센터 인근의 해안과 산·해상에서 나로호 발사 장면을 지켜본 주민과 관광객들은 나로호의 정상궤도 진입 실패 소식에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가족·친지와 함께 온 위형택(61·여수시 율촌면)씨는 “나로호 발사 순간의 감동을 안고 집으로 가려던 차에 기막힌 이야기를 들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남열리 마용만(62) 이장은 “나로호가 올라가는 순간 모두들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는데…”라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발사 직후 잔치 분위기였던 나로우주센터 발사지휘센터(MDC)도 찬물을 끼얹은 듯 침울했다. 오후 5시9분 “발사체에서 위성이 정상적으로 분리됐습니다”라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센터 곳곳에서 박수와 환호성이 터졌다. 그러나 금세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조광래 발사체연구본부장과 박정주 발사체체계사업단장이 연구원 4명과 함께 무언가 심각하게 상의하더니 황급히 지휘센터를 빠져나갔다. 발사 이후 80분 정도가 흐른 뒤 위성이 제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는 발표가 뒤따랐다.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 연구원들도 허탈감에 빠졌다. 연구원들은 실패원인 분석 대책회의를 열고 위성관제·운용센터실에서 실패 원인을 찾고 있다.

◆시민들, “그래도 박수를”=실망과 아쉬움이 넘쳤지만, 지금까지의 과정을 평가하며 앞으로의 성공을 위해 박수를 보내야 한다는 반응도 많았다. 서울 구로동에 사는 프리랜서 직장인 김성국(31)씨는 “국가적으로 어려운 일이 많아 나로호에 많은 기대를 했는데 아쉽다”며 “다음엔 꼭 성공해서 우리에게 자부심을 안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인문교양학부) 교수도 “오랜만에 국민 통합과 화해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경제위기로 힘든 국민들을 위로할 수 있는 기회였다. 실패했지만 더 열심히 하라고 응원해주자”고 제안했다.

◆외신은 ‘실패’ 쪽에 무게=외신들은 ‘실패’ 쪽에 무게를 뒀다. CNN은 25일 “한국의 위성이 성공적으로 발사됐지만 궤도 진입에 실패했다”며 “한국의 우주 프로그램이 타격을 입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 경제전문지 ‘베도모스티’는 25일 현지 우주전문가를 인용, “나로호가 쏘아 올린 위성이 정상 궤도에 진입하지 못한 책임이 러시아 측에 있다고 말할 근거는 없다”며 “비디오 자료를 분석해 볼 때 러시아가 제공한 로켓 1단은 성공적으로 작동했다”고 보도했다.

천창환·김한별·정선언 기자

[나로호 특집 페이지 바로가기] 실패 그 원인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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